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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손보보다 생보?…신의 한수될까

  • 2024.06.28(금) 07:10

우리금융, 동양생명·ABL생명 동시 인수합병 검토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 체결로 발 뺄 여지 있지만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명분…인수금액 '관건'

'신의 한 수'냐 '승자의 저주'냐.

우리금융그룹이 생명보험업계 중위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저출산·고령화로 생명보험 업황이 고꾸라진지 오래인 데다,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공개매각 예비입찰에도 참여한 상태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명분으로 움직이고 있는 우리금융은 언제든 발 뺄 여지를 남겨놨지만, 무리한 베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6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구속적 양해각서는 M&A 진행 절차상의 첫번째 단계로, 실사 등의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된다고 해도 불이익이 없는 낮은 수준의 계약을 말한다.

우리금융은 최종 가격을 산정한 뒤 올 3분기 중 주식매매계약(SPA)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현재 예비입찰이 진행 중인 롯데손보 인수에도 참여 중이다. 이날 본입찰이 예정돼있다.▷관련기사 : 보험 진출 의지 불태우는 우리금융…동양·ABL생명 인수 검토(6월26일)

이번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추진은 그룹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우리금융은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할 정도로 쏠림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외 사업에서 받쳐주지 못하면 본격적인 리딩금융그룹 경쟁이 어렵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다.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을 DGB금융에 매각한 뒤 보험업에 진출하지 못했다.

동양생명·ABL생명, 가치는?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 인수를 완료하면 경쟁사들과 본격적인 보험업 경쟁을 펼치게 된다. 업계는 유불리 따지기에 한창이다. 동양생명은 비교적 우량 매물이라는 시각이 많다.

상장기업인 동양생명은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지난해 2957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970억원(IFRS4 기준) 대비 205%나 뛴 수치로 다른 금융그룹 생보사인 KB라이프생명(2585억원)과 NH농협생명(1817억원)을 앞섰다. 올해 1분기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제도변경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보험손익이 다소 저하됐지만, 새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액에 기반한 우수한 이익창출 능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2023년 금융지주 생명보험사 및 동양 ABL 생명 지급여력비율/그래픽=비즈워치

동양생명 CSM 잔액은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2조5000억원 △올해 3월 말 약 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수익 상품군으로 분류되는 보장성보험 비중이 지난해 45%를 기록하면서 CSM 순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보사 고질인 금리 역마진 부담도 크지 않다. 이 회사 보험료적립금 중 금리확정형 비중은 59.5%이지만, 잔존만기 10년 이상 및 4.5% 이상 장기 고금리 확정형 비중이 13.3%에 그치는 데다 점진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73%(선택적 경과조치 미적용)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넘겼다. 

반면 ABL생명엔 물음표가 붙는다. ABL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04억원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또 금리민감도가 높은 부채 구성으로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은 경과조치 전 130.0%, 경과조치 후 186.0%를 기록했다. 업계 평균(경과조치 전 208.7%, 경과조치 후 232.8%)을 크게 하회한다.

무엇보다 금리리스크 부담이 상당하다. 보험료적립금 중 장기 고금리 확정형 비중이 29.0%를 차지하며 비교적 높은 편이다. 과거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대주주로 있을 당시 구사한 변액·저축성보험 위주 영업전략이 '후폭풍'으로 돌아왔다. IFRS17에서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잡힌다. 이 회사의 최근 3개년 평균 수입보험료 구성은 저축성보험 40%, 보장성보험 38%, 변액보험 22%수준이다. 

임종룡, '숙원' 비은행 강화 이번엔? …가격 관건관건은 우리금융이 얼마를 베팅하느냐다. 일단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들의 주인들은 모두 시장의 기대치보다 높은 수준의 매각가를 부를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사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현재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미만으로 저평가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PBR이 1 미만이어서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한다는 점도 높은 매각가를 형성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곧장 당기순이익에 반영되는데 당장 보험사 인수로 '깜짝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두 M&A건 모두 지분 100%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로 '조' 단위의 돈이 더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이번에 우리금융이 참여한 M&A는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해보험 77.04%, 다자보험그룹이 보유한 동양생명 75.3%와 ABL생명의 지분 100%를 동시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지주의 설립 취지 자체가 지배하는 금융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 안정적인 경영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주주 자리에 만족하기는 어렵다. 결국 계속해서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금융그룹의 일원으로 흡수하기 위한 각종 인프라 비용 등까지 따지면 단순 회사의 매각가만 봐서는 안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너무 비싼 가격에 M&A를 완료한다면 이를 추진한 임종룡 회장 입장에선 이를 '공'으로 남기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임종룡 회장은 그동안 보험사 M&A와 관련해서는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10년 역대 우리금융 회장 혹은 은행장들이 이루지 못했던 비은행 강화라는 성과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두고볼 일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올해 증권업 재진출을 선언한 상황에서 보험업까지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한다면 임종룡 회장은 재임 중 가장 큰 숙제를 해결했다는 업적이 남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증권업과 달리 보험사 진출은 얼마를 들여 진출하는지가 중요해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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