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증권에 이어 생명보험사 인수에 나서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만큼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다만 인수 과정에서 자본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우리금융은 최근 금융권에서 배당 기준으로 삼는 CET1비율(보통주자본비율)이 상장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다. 금융지주들이 밸류업을 위해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인수가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동양+ABL생명 인수, 포스증권과는 다르다
우리금융은 지난 5월 비은행 사업 부분에 증권을 더했다. 펀드슈퍼마켓 플랫폼을 보유한 포스증권을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당시 우리금융은 "인수 후 합병이 아닌 인수 없이 직접 합병을 통한 증권업 진출"이라며 "인수절차를 생략해 신속하고 자금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자본비율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정석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은 "CET1비율 소모 없이 증권업에 진출하는 기회를 잡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우리금융, 우리종금·포스증권 합병…10년 만에 '우리투자증권' 부활(5월3일)
시장 평가도 다르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우리금융의 포스증권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 "이중레버리지비율과 부채비율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금배당 유입 규모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재무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생명보험사 인수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과 두 회사 인수를 위한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재 금융권에선 동양생명·ABL생명 몸값은 2조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관련기사: 동양·ABL생명 대주주 중국 다자보험, 본전 찾으려면…(7월2일)
경쟁사 배당 확대하는데…
증권업 진출 때와는 달리 생명보험사 인수에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CET1비율이 상장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다. 1분기 말 기준 우리금융 CET1비율은 11.96%이다.
CET1비율은 금융지주들이 배당 정책을 설정하는데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CET1비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 후 남는 재원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사용하고 있다.
생명보험사 인수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전략은 긍정적이지만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CET1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단기적으로는 배당 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배승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수 후 CET1비율은 11.72%로 0.25%포인트 하락하는 영향이 있다"며 "인수 규모가 2조5000억원을 웃돌 경우 CET1비율이 11.5%를 밑돌아 추가 자본규제(스트레스완충자본 등)나 밸류업 추진 관점에서 자본관리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상장 금융지주들이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CET1비율 하락은 우리금융에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감내하기 위해선 보험사 인수로 인한 수익성과 성장성을 증명하는게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생명보험사 수익성이 예전같지 않아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배당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