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4위 LG그룹 막내가(家)인 LT의 오너 4세가 지분 승계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무자본으로 계열사 주식을 지주로 갈아타는 예정된 수순을 통해 6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 지배기반을 확실히 다져놨다.
구본식 일가 지주사로 갈아타기 수순
5일 ㈜LT에 따르면 내달 말 3880억원 규모의 현물출자-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오너 일가 5명 소유의 LT삼보(옛 삼보이엔씨) 지분 68.04%(3170억원), LT메탈(옛 희성금속) 21.98%(707억원)를 현물출자 받고, 대가로 주당 3만4505원(액면가 500원)에 신주 1123만5205주를 배정한다.
LT는 2019년 1월 출범했다. 오너는 구본식(65) 회장이다. LG 2대 회장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4남2녀 중 4남이다. 원래는 구 회장의 둘째 형이자 구광모(45) 현 LG 회장의 친부 구본능(74) 회장의 희성그룹을 공동경영하다가 LT삼보를 비롯해 4개 계열사를 가지고 분가(分家)했다.
앞서 지난 7월 주력사이자 계열 지배회사인 LT삼보를 투자무문 ㈜LT(신설)와 건설부문 LT삼보(존속)로 인적분할, 지주 체제로 전환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일가는 사업 자회사 주식을 ㈜LT로 갈아타는 한편 ㈜LT는 총자산(5000억원 이상), 자회사 지분(상장 30%·비상장 50% 이상) 등 지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현물출자-유상증자를 완료하면 구 회장 등 일가는 ㈜LT 지분을 97.31%에서 98.67%로 확대·보유하게 된다. 이어 ㈜LT가 LT삼보(이하 68.04%), LT메탈(55.00%), LT정밀(옛 희성정밀․61.18%) 3개 자회사를 거느린다. LT정밀을 통해서는 LT소재(100%)를 손자회사로 둔다.
구웅모→㈜LT→삼보·메탈·정밀→소재
특히 LT 오너 4세의 지분 대물림도 사실상 일단락된다. 구 회장의 1남2녀 중 장남이자 자타공인 후계자 구웅모(34) LT삼보 상무보다. ㈜LT 지분이 당초 48.28%에서 절반을 훨씬 웃도는 56.37%로 확대된다. LT삼보(48.30%), LT메탈(7.48%) 등 다른 계열 주식을 전량 갈아타는 데 따른 것이다.
반면 구 회장의 경우는 45.28%→38.17%로 축소된다. 장남과의 격차가 당초 3%p에서 18.2%로 벌어진다. 무엇보다 LT삼보 45.28% 중 15.98%만 참여하는데 기인한다. 구 회장이 대물림을 매듭짓기 위해 이번 현물출자를 활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만큼 후계 승계 작업을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구 회장은 지주 전환을 계기로 구 상무보를 ㈜LT의 이사회에 전격 합류시켰다. 구 상무보가 계열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것은 ㈜LT가 처음이다. 1989년생으로 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2020년 LT메탈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에 들어간 지 불과 3년만이다. 임원을 단 시기도 LT삼보 기획담당 상무보로 승진한 올해 초다.
㈜LT 대표는 구 회장이 맡고 있다. 현재 LT삼보를 비롯한 각 계열사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지주사는 구 회장이 직접 최일선에서 경영을 챙기는 구조다. 이외 사내이사인 구 상무보와 비상무이사 김진국(62) LT정밀 대표 등 3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