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막내가(家)인 LT그룹의 오너 4세 승계 작업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고 있다. 작년 7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지분 대(代)물림을 사실상 매듭지은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35살의 후계자를 지주사의 경영 최일선에 포진시켰다.
작년 7월 ㈜LT 출범 8개월 만에 대표 직행
10일 LT그룹에 따르면 지주사 ㈜LT는 올해 3월 구웅모(35) 전무를 대표로 신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구본식(66) 회장의 1남2녀 중 장남이자 후계자다. 구 회장은 LG 2대 회장 고(故) 구자경(1925~2019) 명예회장의 4남2녀 중 4남으로, 구광모(46) LG 회장의 막내삼촌이다.
LT는 2019년 1월 출범한 LG의 방계그룹이다. 구 회장의 둘째 형이자 구광모 회장의 친부 구본능(75) 회장의 희성그룹에서 삼보E&C(현 LT삼보), 희성금속(LT메탈), 희성정밀(LT정밀), 희성소재(LT소재) 등 4개 계열사를 가지고 분가(分家)했다.
LT 오너 4세인 구 전무가 가업 경영에 입문한 시기는 2020년 LT메탈에 입사한 31살 때다. 이어 작년 1월 LT삼보 기획담당 상무보로 승진했다. LT삼보는 시공능력평가(토목건축) 62위(2024년 기준․6303억원)의 중견 건설사이자 LT의 간판 계열사다.
작년 7월에는 ㈜LT로 자리를 옮겨 상무를 건너뛰고 전무로 직행했다. LT그룹이 LT삼보를 투자부문 ㈜LT(신설)와 사업부문 LT삼보로 인적분할, ㈜LT가 출범했던 시기다. 당시 ㈜LT 대표를 맡은 구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도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외 이사진은 1명으로 김진국(62) LT정밀 대표가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려놓았다.
따라서 구 전무가 ㈜LT 대표에 선임됐다는 것은 오너 부자(父子)가 각자 대표로서 그룹 컨트롤타워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구 전무의 경영승계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LT 56% 1대주주…지분승계는 사실상 마침표
현재 구 회장의 지분 대(代)물림 작업은 일찌감치 매듭지어진 상태다. 구 전무는 ㈜LT의 1대주주로서 지분 56.37%를 소유 중이다. 이어 구 회장이 38.17%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두 누이 구연승(40), 구연진(38)씨 각각 3.55%, 0.59% 등이다.
㈜LT 지배 아래 LT삼보(이하 지분 68.04%), LT메탈(55.00%), LT정밀(61.18%). 삼보E&C(옛 동동E&C․100%) 등 4개 자회사가 포진하고 있다. 이어 LT정밀을 통해 LT소재(100%)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구 전무가 이른 나이에 강력한 계열 장악력을 갖게 된 데는 2단계에 걸친 지분승계 작업에서 비롯됐다. 먼저 2017년 9월 희성전자의 LT삼보 지분 93.5%와 구본식(12.7%)·구웅모(13.5%) 부자 소유의 희성전자 26.2%에 대해 482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실시, 당시 계열 지배회사인 LT삼보의 지분 48.28% 1대주주로 올라섰다.
다음으로 지주 체제 전환을 통해 지금의 ㈜LT 지분을 확보했다. LT삼보 인적분할 3개월 뒤인 작년 10월 ㈜LT가 3880억원 규모의 현물출자-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따른 것이다.
오너 일가 5명 소유의 LT삼보 68.04%(3170억원), LT메탈 21.98%(707억원) 등 3880억원어치 계열 지분이 대상이다. 현물출자 대가로 ㈜LT는 발행주식의 102.6%인 신주 1123만5205주를 주당 3만4505원(액면가 500원)에 배정했다.
구 전무는 LT삼보(48.28%)와 LT메탈(7.48%) 등 총 2490억원 규모의 계열 주식 전부를 ㈜LT로 갈아탔다. 이를 통해 ㈜LT 지분을 48.28%→56.37%로 확대한 것이다. 구 회장이 장남의 지배기반을 다져주기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구 회장은 LT삼보 2대주주로서 보유 중이던 지분 45.28% 중 약 3분의 1인 15.98%(745억원)만 내놓았다. 이외 LT메탈 14.5%(466억원) 전량을 합해 액수로논 1210억원어치다. 구 회장의 ㈜LT 지분이 45.28%→38.17%로 축소되며 구 전무와의 격차가 3%p→18.2%p로 벌어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