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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LT 구본식의 대물림 단 한 번으로 족했다

  • 2021.11.09(화) 07:10

[승계본색] LT②
희성 출범 초기부터 희성전자·금속 정지작업
후계자 구웅모 10대 때 이미 주요주주 포진

유교적 가풍을 가진 LG에서 ‘장자(長子) 승계’는 감히 어느 누구도 토을 달 수 없는 절대불변의 후계 원칙이다. 부친이 네 아들 중 장남을 후계자로 못박자 차남은 순순히 따랐다. 분가(分家)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LG의 2대 경영자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 구본능(73) 회장이 희성전자, 희성금속(현 LT메탈) 등 6개사를 가지고 본가에서 독립, ‘희성’을 출범시킨 게 1996년 1월이다. 막냇동생 구본식(64) 회장과 함께 였다.     

희성의 성장 뒤엔 본가 LG의 후광

야심은 컸다. 형제는 사세 확장에 열을 올렸다. 부산 중견 토목업체 삼보지질(삼보이엔씨․현 LT삼보)을 인수, 건설업에 뛰어든 게 1996년 4월이다. 1997년 외환위기 ‘국난(國難)’을 맞아 ‘대마불사(大馬不死)’로 통했던 재벌들도 힘없이 나가떨어지는 와중에도 무사히 넘겼다. 

무엇보다 본가 LG의 후광 또한 눈부셨다. 희성의 주력사 희성전자는 특히 LG디스플레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TFT-LCD용 백라이트유닛(BLU)을 주력으로 하는 희성전자가 4조400억원 사상 최대 매출(연결기준)을 올렸던 2012년, LG디스플레이 매출이 58%(2조3500억원)에 달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어찌됐든, 희성은 21돌을 맞은 2017년에 가서는 총자산이 4조2100억원에 달했다. 출범 당시 6000억원 정도였던 매출은 5조4900억원으로 거의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성장세가 거침없는데 벌이가 나쁠 리 없다. 영업이익과 순익 또한 각각 2340억원, 4250억원을 나타냈다.  

20여 년간 이렇다 할 경영 위기도 없었던 까닭에 초기 계열사들이 거의 온전히 유지했다. 주력사 희성전선(현 가온전선)을 2003년 12월 LS에 매각했지만 이는 순전히 전선·도시가스를 주력으로 한 LS의 계열분리(2003년 11월)를 마무리 짓기 위한 것이었다. 

성공은 이에 더해 계열 확장을 수반했다. 희성은 주력사업인 전자부품을 비롯해 건설, 화학, 금속 등의 분야에 걸쳐 계열사가 10개사로 늘어났다. 중국, 폴란드, 베트남 등지의 해외 현지법인을 합하면 21개사나 됐다. 

계열 지배구조의 정점에 형제가 위치했다.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회장이 희성전자 지분을 공동 소유했다. 희성금속, 희성정밀 또한 지분을 나눠 소유했다. 이어 삼보이엔씨, 희성촉매, 희성소재, 희성폴리머, 희성화학, 희성피엠텍 등의 계열사들이 희성전자 지배 아래 놓인 구조였다. 

대물림 현실로 불러낸 2017년 ‘빅딜’

흥미로운 점은 다음이다. 형제는 후계승계에도 일찌감치 공을 들였다. 말이 나온 김에, 식상한 얘기지만 구본능 회장은 LG 4대 경영자 구광모(44) 회장의 생부다. 1996년 사별한 고 강영혜씨와 슬하의 유일한 혈육이다. 이후 재혼해 지금은 딸 한 명을 두고 있다.  

구본능 회장은 2004년 12월 외아들 구광모 회장을 맏형 고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시켰다. 오로지 LG의 ‘장자 승계’ 후계 원칙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다. 사실 양자로 보내지 않았다면 구광모 회장은 희성의 후계자가 됐을 터다.  

구광모 회장이 희성 출범 초기부터 희성전자(이하 지분 23.0%), 희성금속(3.02%), 희성촉매(5.56%)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요주주로 있었다는 게 이에 대한 방증이다. 결과적으로 이 지분들은 훗날 구 회장이 LG의 대권 승계를 위해 지주회사 ㈜LG 지분(현재 15.95%)을 확보하는 재원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구본식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만 봐도, 구본식 회장은 1남2녀 중 장남 구웅모(33)씨를 나이 11살 때 이미 희성 계열사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은 것을 볼 수 있다. 

LT메탈(희성금속)은 원래 LG와 일본 다나까귀금속공업이 55대 45 합작으로 만들어졌는데, 1999년에 이미 다나까귀금속(45%), 구본능 회장(28.0%), 구본식 회장(14.5%)에 이어 구웅모씨가 단일 4대주주로서 7.48%의 지분을 보유했다. 

뿐만 아니다. 14살 때인 2002년에는 희성전자의 주주명단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4인주주 체제였던 희성전자에서 1대주주 구본능 회장(38.1%), 구본식 회장(25.4%), 구광모 회장(23.0%)에 이어 지분 13.5%의 소유자가 구웅모씨였다. 이를 2017년까지 온전히 보유했다. 

13.5%. 얼핏 지분율 보고 ‘애걔!’ 소리 내뱉을 수 있겠지만 낮잡아 볼 게 아니다. 2017년 9월 오너 일가의 ‘빅딜’ 이 있고난 뒤에는 누가 보더라도 ‘와우’ 소리 내지를 게 뻔하다. 구본식 회장의 대물림을 현실로 불러낸 도화선이었고, 단 한 번으로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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