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중견그룹 일진(日進)은 지주회사 일진홀딩스를 출범시켰다. 후계자가 1대주주로 올라섰다. 일진의 지주 전환은 창업주 허진규(86) 회장이 장남 허정석(57) 부회장이 1990년대 중반 가업에 입문할 무렵부터 10여년에 걸쳐 전개해 온 물밑 지분 집중화 작업을 매듭짓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장남→일진다이아→일진전기 체제
33.09%. 과거 허 부회장이 1대주주로서 쥐고 있던 공업용 다이아몬드 생산 계열사 일진다이아몬드 지분이다. 모태사이자 전선·중전기기 제조 계열사 일진전기는 12.09%를 소유했다. 여기에 일진다이아(9.2%)→일진전기 출자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즉, 허 부회장은 개인지분과 일진다이아를 통해 일진전기 지배지분을 21.29%나 가지고 있었다.
허 창업주를 압도했다. 허 회장은 일진전기 최대주주였지만 17.09%에 머물렀고, 일진다이아는 28.71% 2대주주였다. 1995년 허 부회장이 일진그룹에 입사해 경영에 뛰어들 무렵부터 후계 기반을 닦은 결과다.
일진의 핵심 계열사이기는 하나, 일진다이아는 예나 지금이나 기업볼륨이 일진전기에 비할 바 못된다. 당시만 해도 자산(2006년 연결기준) 1920억원 vs 4250억원, 매출 1270억원 vs 6800억원, 영업이익 66억원 vs 235억원 수준이었다.
바꿔 말하면, 허 창업주는 먼저 일진다이아를 장남 몫으로 떼준 뒤 이를 지렛대로 삼아 모태 주력사인 일진전기를 넘겨주는 수순으로 대물림을 진행해 왔다. 2007년 들어 일진다이아를 앞세운 승계 작업에 더욱 속도를 냈다.
허 창업주가 2004년 3월 허 부회장을 일진전기 이사회 합류시킨 데 이어 2007년 3월 공동대표에 올려 사실상 경영 승계를 매듭지은 것은 이에 대한 전주곡이었다고 할 수 있다.
4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우선 2007년 8월 일진전기가 변압기 등 중전기기 업체 일진중공업을 흡수하는 계열 통합이 시발이었다. 합병가액은 각 4353원(액면가 1000원)․4만4896원(액면가 5000원), 합병비율은 1대 10.31주다.
일진다이아가 일진중공업 지분 45.82% 최대주주로 있던 시기다. 합병하자 일진전기 최대주주가 허 회장(11.86%)에서 일진다이아(20.41%)로 바뀌었다. 허 부회장의 영향권 아래 있는 일진전기 지분도 28.8%로 뛰었다. 허 회장의 개인지분에 비해서는 갑절 넘게 웃돌았다.
허 창업주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듬해 3월 일진다이아 지분 중 18.91%를 109억원(주당 1만3050원)에 매각했다. 이 중 12.51%(72억원)를 인수한 이가 허 부회장이다. 허 회장의 일진다이아 주식은 9.8%로 축소됐고, 상대적으로 허 부회장(45.6%)→일진다이아(20.41%)→일전전기 출자고리는 더욱 강화됐다.
지분 몰아주고 2세 1인 체제 구축
속전속결. 2008년 7월 일진전기를 투자(존속), 제조(신설·현 일진전기) 부문으로 0.39대 0.61의 비율로 인적분할했다. 일진다이아 또한 0.51대 0.49 인적분할을 통해 제조(존속·현 일진다이아), 투자 부문으로 나눴다. 이어 각 투자부문을 합쳤다.
일진이 지주 체제로 전환하자 허 창업주가 닦아 놓은 후계자의 계열 장악력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허 부회장이 지주사 1대주주로 올라서며 허 부회장(19.95%)→홀딩스(34%)→신설 자회사 일진전기로 지배체제로 재편됐다. 반면 허 회장은 홀딩스 주식이 10.95%밖에 안됐다. 9%p차다.
2008년 10월에 가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허 부회장은 홀딩스 지분이 28.95%로 뛰었다. 허 부회장은 이보다 13.77%p 낮은 15.18%에 머물렀다. 홀딩스가 일진전기(신설) 및 일진다이아(존속) 주주를 대상으로 발행주식의 40%나 되는 522억원(주당 3755원)어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기인한다.
허 부회장은 인적분할 뒤 갖고 있던 280억원 규모의 두 사업회사 주식 8.12%와 45.6%를 모조리 홀딩스로 갈아탔다. 전체 출자액의 54%를 차지했다. 특히 허 회장은 일진전기 4.7%는 남겨둔 채 140억원어치 각 6.79%, 9.8%만을 홀딩스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어 2010년 9월 홀딩스가 자사주 1.01%, 액수로 25억원(주당 장부가 4964원)어치를 이익소각하자 허 부회장의 홀딩스 지분은 29.12%로 높아졌다. 지금껏 단 한 주의 변동 없이 유지하고 있는 지분이다.
따라서 허 창업주가 1990년대부터 2008년까지 진행한 일련의 지분 정비작업은 오롯이 후계자 1인 체제 구축을 위해 허 부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11월 ‘투트랙’ 승계 전략의 한 축에 마침표를 찍었다. (▶ [거버넌스워치] 일진 ③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