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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 준비된 ‘투트랙’ 승계전략

  • 2026.05.18(월) 07:10

[중견기업 진단] 일진①
장남에 지분 집중, 우회 장치로 보강
허정석 부회장 홀딩스 지배지분 54%
흔들림 없는 2세 1인 체제의 원동력 

전력 인프라, 소재·부품 중견그룹 일진(日進)의 창업주는 가업 승계에 관한 한 남 다른 데가 있다. 일찌감치 준비된 승계 전략으로 확고부동한 2세 ‘원톱’ 체제를 구축하며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이제 느긋하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마침표를 찍을 일만 남았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28살에 창업 ‘1세대 벤처인’ 

일진그룹은 허진규(86) 회장이 1968년 1월 창업한 알루미늄 주물공장 일진금속공업사(현 일진전기)로 출발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후 한국차량기계제작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밑천 삼아 28살 때 사업에 뛰어들었다.  

1세대 벤처인으로 불린다. 초고압 전기공사에 사용되는 배전용 금구류(1969년 3월), 통신케이블 동복강선(1975년 3월), 공업용 합성다이아몬드(1987년 6월), 인쇄회로기판(PCB)용 전해동박(1987년 7월)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사업을 일궜다.  

시간이 제법 흘렀다. 지금의 일진은 전력인프라, 소재, 부품, 의료, 방송, IT 등을 사업영역으로 하는 중견그룹 반열에 올라 있다. 계열사는 전선 및 변압기 주력 중전기기 업체 일진전기 등 5개 상장사를 비롯해 국내 21개사, 미국 등지의 13개 해외법인 등 34개사에 이른다. 

2대 체제가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허 창업주가 회장직만 물려주지 않았을 따름이지 후계 승계를 일찌감치 매듭지은 데서 비롯됐다. 중심에는 2남2녀 중 맏아들 허정석(57) 부회장이 자리한다.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 지배구조

2007년 후계자 낙점 10년 뒤 세대교체

허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26살 때인 1995년 일진그룹에 입사해 가업에 입문했다. 2004년 3월 모태사 일전전기 이사회에 합류한 뒤 38살 때인 2007년 3월 공동대표에 오르며 경영 최일선에 등장했다. 2008년 7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 뒤 2010년 3월에는 경영 컨트롤타워인 일진홀딩스 단독대표에 올랐다. 

2017년 3월 마침내 오너 부자간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허 창업주가 지주사 이사회에서 퇴진하고, 허 부회장은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이듬해 1월에는 부회장 타이틀도 달았다.

특히 3년여 전, 허 부회장은 일진을 대표하는 유일한 2대 경영자로 자리매김했다. 허 창업주의 차남이자 2차전지 핵심소재 동박(Elecfoil) 제조 계열사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머티리얼즈)를 경영하던 허재명(55) 전 대표가 일진을 떠난 데서 말미암았다.    

허 회장은 원래 3개 핵심 계열사 중 일진전기․일진다이아는 장남, 일진머티리얼즈는 차남 몫으로 떼 줬다. 즉, 두 아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계열을 나눠 맡도록 하는 이원(二元) 후계구도였다. 

허 전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석사(MBA)를 전공했다. 1997년 7월 일진다이아에 입사해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이어 일진머티리얼즈로 옮겨 2006년부터 최대주주이자 대표로서 독자 경영했다.   

2022년 10월 돌연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5400억원(주당 10만3200원)에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현재는 매각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2023년 2월 창업한 개인 패밀리오피스(FO) 컴퍼니에이치앤(Company H&·유한책임회사)을 이끌고 있다. 

일진홀딩스 재무실적

13년간 손대지 않고도 오너십 강력 

허 회장은 지분 대물림 역시 경영 승계 작업과 보조를 맞춰 선제적으로 완비했다. 게다가 그 결과는 허 부회장이 2013년 이후 13년간 소유 지분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도 흔들림 없는 오너십을 쥐고 있을 만큼 지금껏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일진그룹은 크게 ▲허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일진홀딩스 계열 18개사(국내 8개·해외 10개) ▲허 창업주가 지배하는 일진디스플레이 등 10개사(국내 8개·해외 2개) ▲다른 세 자녀가 소유한 6개사(국내 5개·해외 1개) 등 3개 계열 군으로 나뉜다.

일진홀딩스 계열은 지주사를 정점으로 일진전기(전력인프라), 일진다이아(소재),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의료), 전주방송(방송) 등 4개 자회사와 일진하이솔루스(부품) 등 3개 손자회사가 포진한다.    

자산, 매출 각각 2조원대(일진홀딩스 2025년 연결기준)의 볼륨을 가진 핵심 사업 군이다. 무엇보다 주력 계열사 일전기가 전력시장 장기 호황으로 2021년 이후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 기인한다.   

작년 말 자산이 2조3400억원이다. 2020년 말(1조1600억원)에 비해 갑절 늘었다. 매출은 2조2800억원으로 5년 새 144.4%(1조2500억원) 불어났다. 영업이익 또한 1460억원을 기록해 5년 연속 증가 추세로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허 부회장은 일진홀딩스 최대주주로서 지분 29.12%를 소유 중이다. 비상장 개인 지주사 일진파트너스유한책임회사를 통해서도 24.64%를 가지고 있다. 허 부회장 지배 아래 있는 지분이 과반이 넘는 총 53.76%에 달한다.  

허 창업주는 한 주도 없다. 다른 일가도 몇 안 된다. 모친 김향식(86)씨, 둘째누나 허승은(58)씨 둘뿐이다. 이밖에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이 특수관계인으로 편입돼 있다. 지분도 미미해 합해봐야 1.26%가 전부다.   

허 부회장이 가업에 발을 들인 1990년대부터 시작해 2013년까지, 허 창업주가 오롯이 후계자에게 지분을 몰아주고, 우회장치 일진파트너스를 지렛대로 지배기반을 보강해 준 준비된 ‘투트랙(two track)’ 승계 전략의 산물이다. (▶ [거버넌스워치] 일진 ②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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