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과정에서 지출한 이행보증금(계약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물적 담보)중 일부를 돌려받을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4일 한화케미칼이 한국산업은행 및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과거 지급했던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고 낸 이행보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한화는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9639만주를 6조3200억원에 매입하기로 하고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우선 지급했다. 이와 함께 그 해 12월29일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위반하면 이행보증금을 산업은행이 갖는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맺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등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 상황이 급변하자 한화는 최종 계약을 미뤘고, 2009년 6월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한화가 지급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후 한화는 “산업은행의 비협조, 대우조선해양 노조 반대로 인해 회사에 대한 확인실사가 불가능했고, 서브프라임 사태로 국내 금융시스템이 마비, 자금조달이 불가능해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냈다.
확인실사를 하지 못한 가운데 최종 계약 체결 전 검토가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고, 금융위기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어서 자금문제가 최종 계약 무산의 원인이 아니라는 게 한화 측 입장이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한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3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이행보증금 전부를 산은이 가져가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양해각서에서 이행보증금 몰취 조항을 둔 목적이 최종 계약 체결이란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데 있었다 해도 3150억원에 이르는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과다하다”며 “원심 판단에는 손해배상액 예정 및 손해배상 예정액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화는 이행보증금 일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한화가 돌려받을 이행보증금 반환 범위 및 액수는 향후 고법 심리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이날 판결에 대해 "상고 취지를 인정해 준 대법원 결론을 존중하고, 파기환송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