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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Restart]上 유럽을 뚫어라

  • 2016.08.18(목) 08:40

신흥시장 부진 유럽시장 성공으로 상쇄
브렉시트 등 불안요소 대두…품질로 극복

현대·기아차가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다시 도전에 나선다. 그동안 쉴 새 없이 질주만을 거듭해왔던 현대·기아차에게 최근의 부진은 낯설다. 신흥 시장에서의 판매 감소로 현대·기아차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유럽에서도 브렉시트 사태가 터지면서 자동차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유럽 시장은 침체를 거듭하다 작년부터 다시 회복되는 추세였다. 현대·기아차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방해온 만큼 유럽 시장을 반드시 잡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부진한 해외 판매를 회복할 발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다시 시작하는 현대·기아차의 유럽 공략 전략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현대·기아차는 현재 난관에 봉착해있다. 해외 시장, 특히 신흥시장 판매 부진 탓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그나마 기아차는 최근 SUV의 인기에 힘입어 버티기가 가능하지만 세단 위주의 현대차는 돌파구가 없다. 현대차로서는 신흥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유럽을 방문, 점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가 부진 탈출의 키를 유럽에서 찾겠다는 의미여서다. 유럽 시장은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 곳이다. 최근 브렉시트와 같은 악재 등장에도 불구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 왜 유럽인가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전년대비 12.3% 증가한 49만1000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유럽 시장의 산업 수요가 전년대비 9.1%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산업 수요를 넘어선 판매고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그만큼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시장에서의 선전은 여타 시장과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중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대비 0.9% 감소한 79만3000대, 미국 시장은 2.93% 늘어난 70만2000대였다. 유럽 시장 판매 증가율이 주요 시장인 중국과 미국 시장을 월등히 앞선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에 전략 차종을 투입하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 세단, 기아차는 SUV 위주다. 유럽 시장에서 소형 세단과 SUV는 인기 차종이다. 사실 유럽 시장은 현대·기아차에게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았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들이 몰려있는데다 주요 메이커들의 본거지여서다. 후발주자인 현대·기아차가 자동차의 본고장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지난 2008년 유럽의 경제 위기가 시작되자 현대·기아차는 움츠러들기 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유럽 전략형 모델들을 선보이면서 시장 확대에 나섰고 이런 전략은 주효했다. 기아차는 '씨드(Ceed)'를, 현대차는 'i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유럽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유럽 전략 모델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전략형 모델의 성공에 힘입어 2007년 56만대였던 유럽 판매량을 작년 85만5000대로 끌어올렸다. 시장점유율도 3%대에서 작년에는 6%까지 확대했다. 최근에는 유럽 전략형 모델에 이어 SUV를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선 상태다. 실제로 올 상반기 투싼은 전년대비 47.5%, 스포티지는 39.2% 판매가 증가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의 위기를 돌파할 시발점으로 유럽을 택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략과 마케팅으로 승부해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는 시장이다. 활황기보다는 불황기에 더욱 강한 모습을 보였던 곳이다. 그런 만큼 최근 유럽 시장에 드리운 위기도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 분위기를 바꿔라

현대·기아차에게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신흥국들의 경제 불안과 환율 변동으로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수요도 감소해 판매도 부진한 상태다. 이런 신흥국발(發) 그림자는 이미 현대·기아차에 드리워지고 있다.

실제로 상반기 현대차의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시장 판매량은 전년대비 4.6% 감소한 66만3000대에 그쳤다. 전체 판매량도 줄었다. 상반기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대비 0.9% 줄어든 239만3241대였다. 그 탓에 실적도 악화됐다.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0% 감소했다.

기아차의 상반기 출고 판매도 전년대비 4.7% 감소한 145만6590대를 기록했다. 러시아, 중동 등 신흥시장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중국 판매 감소 탓이 컸다. 다만, 기아차의 경우 현대차와 달리 고부가가치 제품인 RV의 비중이 높아 실적 면에서는 선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흥 시장의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을 발판으로 최근 신흥 시장에서의 부진을 상쇄하고 분위기를 반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과거 유럽 경제 위기 당시에도 유럽 전략형 모델을 투입해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유럽 전략형 모델과 더불어 인기 차종인 SUV를 앞세워 유럽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신흥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신흥 시장의 수요 감소와 경제 상황 부진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무척 우려하고 있다"며 "신흥 시장 상황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다 부정적인 상황이 실적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어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신흥 시장에서의 부진 확산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유럽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는 더 이상 시장 확대를 꾀하기 어렵다. 반면 유럽 시장은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폭스바겐이 디젤 게이트로 휘청이고 있다. 또 전략적으로 투입한 SUV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 가능성을 봤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현대·기아차가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져볼 수 있는 시장"이라면서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현 상태를 유지해주고 유럽에서 판매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면 신흥 시장에서의 부진을 상쇄하는 것은 물론 판매 부진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위기는 곧 기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유럽 시장을 직접 둘러보고 왔다. 매일 한 곳씩을 둘러보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룹 차원에서 유럽 시장을 반전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어서다. 관건은 현재 유럽에도 수요 감소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현대·기아차의 향방이 달렸다. 정 회장이 유럽을 직접 방문해 점검한 이유다.

유럽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최근 불거진 브렉시트 여파다. 이에 따른 수요 감소가 걱정거리다. 업계 등에서는 올해 하반기 유럽 자동차 시장 성장률은 0.7%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5개국의 자동차 수요는 전년대비 2.0% 줄었다.

정 회장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유럽 방문 당시 그의 발언에는 이런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정 회장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유럽시장도 하반기에는 불안요인이 확대되고 있으며 글로벌 메이커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변화를 예의주시하고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유럽 생산기지들을 모두 둘러봤다. 브렉시트 등으로 유럽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사전 대비를 주문했다. 아울러 유럽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품질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유럽 방문 내내 품질을 강조했다.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 시장 침체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럽 시장은 각 메이커들의 치열한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이 최우선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을 내줘야 한다. 이는 곧 '추락'을 의미한다.

정 회장은 이번 브렉시트 사태를 위기이자 곧 기회로 보고 있다.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분명 위기이지만 이를 잘 극복한다면 현대·기아차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될 것임을 알고 있다. 여타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유럽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이번 유럽 방문에서 품질에 기반한 공격적인 시장 공략을 재차 주문했다"면서 "현지에서도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서도 선방해왔던 만큼 산업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전략 차종을 적기에 투입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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