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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 전략재편]①'물량'에서 '품질'로..그 다음은?

  • 2016.09.09(금) 15:55

미국 성공 발판으로 글로벌 업체 도약
30년만에 1000만대 판매‥새 도전 준비

현대차에게 미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 시장에서 품질로 인정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미국에서 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칙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대중차를 앞세운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 최근 들어 전략을 바꿨다.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미국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다. 질적 도약을 위한 시험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중국 등에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 미국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삼아 질적 도약을 도모하고 있는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전략 변화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현대차의 성장은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 시장인 미국에서 인정받은 덕분에 글로벌 5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미국 시장은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지 여부를 가늠하는 일종의 테스트 베드였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을 다시 테스트 베드로 삼으려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중차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고급차와 친환경차다. 이번 전략은 현대차에게 매우 중요하다. 고급차와 친환경차는 현대차가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다. 따라서 현대차의 도약 여부가 여기에 달려있다.

◇ 고민의 산물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86년이다. 당시 현대차는미국 시장에 '엑셀'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엑셀'은 미국 수출 첫 해 16만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3년간 미국 시장에서 소형차 부문 베스트셀링카에 선정되는 등 소위 '엑셀 신화'를 썼다. 현대차가 절치부심한 결과였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진출 전에 이미 해외 진출을 모색했었다. 1984년 캐나다 퀘벡주 브루몽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생산기지를 세웠다. 국내만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에 시작한 해외 진출이었다. 처음 진출 당시만해도 희망적이었다. 현대차도 여타 글로벌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해외 기지를 소유했다는 것에 고무됐다.

▲ 1986년 현대차는 '엑셀'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부르몽 공장에서 생산한 차종은 당시로서는 신차였던 '쏘나타Ⅱ'였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인정 받은 모델이었기에 기대도 컸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은 2만5000대에 그쳤다. 품질 결함에 서비스 부족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현대차는 결국 브루몽 공장에서 철수했다.

미국 시장 진출은 브루몽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브루몽의 악몽으로 현대차는 품질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후 품질 제고에 광적으로 집착했다. '엑셀'이 미국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아픔의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엑셀'도 초반에는 미국 시장에서 많은 시련을 겪었다. 깡통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심지어 미국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개적으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당시 '엑셀'에 붙었던 별명은 '일회용 차', '붙어있는 것은 다 떨어지는 차' 등이었다. 현대차에게 미국 시장은 그렇게 어려운 시장이었다.

◇ 질주를 시작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런 시련들을 견뎌냈다. 오로지 '품질' 하나로 버텼다. 미국 시장을 뚫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99년 정몽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현대차는 '품질'에 '올인'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품질 확보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현대차의 이런 노력은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90년 미국 시장 누적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서더니 99년에는 200만대, 2002년에는 30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2년마다 누적판매 100만대씩을 추가하기 시작해 작년에는 마침내 누적 1000만대 돌파를 달성했다. 미국 진출 30년만에 이룬 결과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자 일본과 미국 메이커들의 견제가 심해졌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이 닥치며 시장 규모가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마케팅으로 돌파했다. 당시 현대차가 진행한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현대차는 1998년 미국 판매가 9만대까지 떨어지자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1999년 '10년 10만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미국 판매의 돌파구를 열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며 자동차 메이커들이 마케팅을 줄였을 때에도 '어슈어런스 프로그램(assurance program)'이란 혁신적 마케팅으로 불황을 극복했다.

현대차를 구입한 후 1년 이내에 실직, 건강 악화 등으로 더 이상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을 때 반납하도록 한 이 프로그램은 소비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줬다. 그 결과 그해 미국 산업수요가 21%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전년대비 판매가 9% 증가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 양적 성장 완성

현대차에게 미국 시장은 양적인 성장을 완성해준 곳이다.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첫 관문은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품질 대비 낮은 가격을 앞세워 판매 확대에 성공했다. 지난 2001년 2.0%였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1년 5.1%까지 올랐다. 현재는 4%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수요 대응은 물론 장기적으로 미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공장을 건설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 보유로 효율적인 현지 공략이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조만간 미국에 제 2공장 건설할 것으로 에상하고 있다. 생산 능력 증가와 더불어 미국 투입 라인업 확대 효과를 위해서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세계 5위권 업체로 도약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들을 양대 축으로 판매량을 급속히 늘려갔다. 유럽 시장에서도 현대차의 가성비가 인정받으면서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시작이 미국 시장이었던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 30년간 미국 시장에 총 16개 차종을 선보였다. 현재는 11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미국 판매 차종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어서다. 고급차와 친환경차가 그 주인공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현대차에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지 여부를 가늠해주는 테스트 시장의 성격은 물론 판매량 확대까지 책임지는 효자 시장"이라며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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