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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핫이슈]④총대 맨 국민연금

  • 2014.03.11(화) 14:06

의결권 확대 추세...美 캘퍼스 타산지석
기업 비용증가 부담..독립성 논란도 과제

지난 7일 국민연금공단은 만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국민연금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사법적 이유 외에 대표 선임을 반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대표이사 선임을 막지는 못했다. 최대 주주 지분이 25%가 넘었고 다른 기관투자가들은 찬성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변경 실패에도 불구, 이번 행보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확대 의지로 각인됐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생전에 '연금 사회주의'란 용어를 자주 썼다. 미국의 기업연금이 주식에 상당부분 투자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지분은 기업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들의 것이란 개념이다. 물론 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직접 지분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는 않는다. 대신 근로자가 기업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고, 가능한 수익률을 크게 키워야 하는 연금 입장에서 지분 행사는 큰 의무다.

 

◇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칼' 더 길고 날카롭게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막강한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항상 이를 둘러싼 고민에 빠져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를 비롯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들의 대주주다. 지분율이 5%를 초과하는 종목은 지난 2012년 기준 222개에 달한다.

 

특히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기관투자가들이 주주총회에서 각종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의결권 행사는 올해 주총의 또다른 화두로 떠올랐다.

 

앞선 만도의 예는 그동안의 논란을 한단계 더 격상시켰다. 국민연금은 법률상 결격 사유가 있거나 과도한 겸임,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이사의 선임을 반대할 수 있다. 최근까지 주로 범죄사실이 있는 경우에만 반대표를 행사해왔는데 처음으로 변화를 가한 것이다.

 

하지만 만도를 포함, 그간에 성과가 그리 컸던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2012년 주주총회 안건 2565개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서 436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실제로 부결된 경우는 단 8건에 불과했다. 주주의 이익환원을 앞세우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요구 등에서는 더 적극적이지 못했다.

 

각종 의결권 행사에서 국민연금은 상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최대주주가 아닌 이상 지분율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한국 기업들의 특성상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 지분이 50%를 상회하는 곳이 대다수다. 천하의 국면연금이라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먼저 의결권 내용을 공표하고 소액주주들도 표를 보탤 경우 파급력을 훨씬 커질 수 있다. 기관투자자간의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안건을 분석하는 전문기관을 활용해 주주권 행사를 활발히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의결권 행사 후 사후에 이를 공지해왔던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주총회 전이라도 공개하기로 했고 최근 만도 대표이사 선임 반대안은 주총 이전에 미리 공개됐다.

 

 

▲ 국민연금의 지분율 5% 초과보유 종목 추이(출처:자본시장연구원, 금감원)

 

◇ 美 캘퍼스 등 적극적..수익률도 좋아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캘퍼스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 연기금은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연대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이들은 주총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은 물론 회사 경영이나 기업지배구조 문제에도 적극 개입한다. 실제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지면서 이른바 '캘퍼스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캘퍼스는 매년 기업 성과와 주가, 지배구조를 평가하고 이와 관련된 블랙 리스트인 '포커스 리스트'를  만들고 있으며 기업 상당수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 이 덕분인지는 몰라도 캘퍼스의 수익률은 세계 연기금 가운데 가장 좋은 축에 속한다.

 

미국 사학연금과 네덜란드 사회보장기금(PGGM) 역시 캘퍼스와 비슷한 워리 리스트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고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유명하다.
 
반면 아시아 연기금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일본의 정부연금투자기금은 국민연금보다 규모가 훨씬 크지만 운용 자체도 소극적이며 주권행사에도 거의 나서지 않고 있다.

 

◇ 부작용 논란도 거세질 듯..독립성 확보 등 관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의결권 행사 확대에 나선 이상 앞으로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는 부분이다.

 

먼저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 등에 대한 과도한 개입에 따른 부작용이다. 칼 아이칸 등 주주행동주자로 불리는 이들은 지분을 사들인 후 기업에 과도한 압력을 행사한 후 차익을 챙겨 손을 턴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캘퍼스가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통해 주주이익을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또다른 돈과 인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주주에게 새로운 비용 발생을 의미한다.

 

의결권 행사과 관련된 전문성과 독립성에 대해서도 항상 말이 많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위원회에 정부 인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독립성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정치적인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수 없다. 의결권 행사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전문성 있게 접근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기금운용 조직의 내부통제 기능 강화와 정부로부터 독립성 확보를 공통적으로 조언했다. 국민연금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한다면 의결권 행사에 더 힘을 실을 수 있고 정당성과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교수는" 사외이사 임명 등에서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외부 압력이 작동할 수 있고 기업 경영에 정부가 관여하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지만 과도한 시장지배력이 현실적인 제약요건일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의결권 행사를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는 범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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