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인방송의 부상은 한동안 잠잠하던 동영상 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동영상 시장은 구글의 유튜브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최근 국내외에서 독주 체제가 흔들리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걸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유튜브 아성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개인방송 내걸고 유튜브 위협
7년 전만해도 국내 동영상 시장은 이른바 'UCC(이용자제작콘텐츠)' 열풍을 등에 업고 토종 기업들이 득세했다. 판도라TV와 다모임, 엠군, 엠엔캐스트 같은 전문 UCC 업체들이 '혜성'처럼 등장하며 주목 받았다. 아프리카TV(당시 나우콤)는 전공인 네트워크 기술을 살려 실시간 양방향 인터넷 방송을 선보이며 이 분야 원조로 자리매김했다. 주요 검색포털 네이버(당시 NHN)와 다음카카오(다음커뮤니케이션)는 이용자 유입을 위해 UCC 확보에 경쟁적으로 공을 들였다.
그러다 지난 2009년 시행된 정부의 '인터넷실명제(제한적본인확인제)'로 시장에 태풍이 몰아쳤다. 이용자들이 실명제를 준수한 국내 서비스에서 떨어져 나가 해외 서비스인 유튜브로 몰려든 것이다. 지난 2008년 한국어 페이지를 런칭한 유튜브는 실명제 시행 직전인 그해말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페이지뷰 기준)이 2%에 불과했으나 실명제 시행을 기점으로 15%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반면 상위권에 포진된 토종 업체들의 점유율은 급락했고, 일부는 서비스를 접기도 했다.
실명제를 계기로 급부상한 유튜브는 현재까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광고회사 DMC미디어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 3~5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뒤를 이어 네이버 'tv캐스트(14.1%), 다음카카오 'tv팟'(6.2%)로 나타나고 있다.
▲ 네이버는 동영상 플랫폼 tv캐스트를 통해 인기 아이돌을 만날 수 있는 전용 콘텐츠 '스타캐스트 온에어'를 방송하면서 이용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방송은 영어 자막이 제공되는 등 해외 한류 팬을 겨냥하기도 했다. |
하지만 유튜브의 철옹성 같은 지위는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유튜브의 국내 점유율은 80%에 육박할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반토막이 나는 등 영향력이 떨어지는 추세다. 유튜브가 주춤하는 사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약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네이버 tv캐스트의 모바일 웹 이용자당 평균 체류시간은 19분6초로 같은 기간 유튜브(15분6초)보다 3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5월 들어서도 유튜브를 앞서고 있다. 비록 월간 이용자수는 지난 5월 기준으로 유튜브가 487만명에 달해 네이버 tv캐스트(392만명)보다 100만명이나 앞서지만 체류시간 만큼은 따라 잡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동영상 서비스를 놓고 봤을 때 순방문자수 보다 체류시간이 실질적인 사용량을 가리킨다고 보고 있다. 볼만한 콘텐츠일수록 이용자가 머무는 시간, 즉 체류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네이버가 약진한 것은 개인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유명 아이돌 및 연예인을 만날 수 있는 생중계 프로그램을 쏟아냈으며, 웹 전용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실험적이고 다양한 영상들을 발굴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선 아마존·페이스북 급부상
유튜브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쟁쟁한 경쟁사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인맥구축서비스(SNS) 페이스북이 동영상을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실시간 개인방송 플랫폼 사이트 트위치를 9억7000만달러(한화 99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2억달러가 투입된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 인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인수합병 거래다.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범한 트위치는 아프리카TV처럼 게임을 생중계하는 개인방송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도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사람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는 것이 일상화됐는데, 미국에서도 비슷한 포맷의 방송이 관심을 모은 것이다.
트위치는 구글도 관심을 보였는데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을 제치기 위해 우리돈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풀어 인수에 성공했다.
페이스북 역시 유튜브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각종 시장조사업체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동영상 콘텐츠 업로드수나 노출 건수 등에서 유튜브를 제쳤다.
DMC미디어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지난 5월 기준 하루 동영상 재생횟수는 40억회로 작년 9월에 기록한 10억회보다 무려 4배나 증가했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공유한 동영상 가운데 유튜브를 거치지 않고 페이스북에 직접 업로드한 콘텐츠 비율은 작년 2월 25%에 불과했으나 지난 5월 70%로 늘기도 했다. '동영상=유튜브'라는 공식이 사실상 깨진 것이다.
페이스북은 강력한 사용자 정보 분석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정밀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동영상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영상 제작자와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어 페이스북으로 쏠림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