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국 증시는 보란 듯이 비상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선 항로가 순탄치만은 않다.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정되며 이머징 시장 전반은 무거운 짐을 짊어맨채 하반기 여정을 시작했다. 그나마 한국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해부터 거침없이 오른 중국 증시는 급락세가 되풀이되며 중국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마저 시험대에 올랐다.
이런 와중에 관심 밖에 있던 일본 증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후부터 일본 증시는 꾸준히 올랐지만 오름세는 미지근했다. 그러다 올 하반기에는 어느 때보다 상대적인 매력이 부각될 태세다. 다만 이미 배신을 안긴 중국과 브라질을 떠올리면 해외투자가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일본 증시에 진짜 올라타도 되는 것인지 긴가민가한 시점이다.

◇ 관심 밖에 머물던 일본..다음 투자처?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 둔화 우려로 G2(미국·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도 상반기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주시하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 증시는 2012년 말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며 일찌감치 비상했지만 다른 시장에 비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주목을 덜 받은 것이 저평가 요인으로 부각되며 시장 참가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일본 중소형주들은 연초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이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이익성장세가 우수하면서 대형주에 비해 소외된 탓이다.
일본은 유럽과 함께 통화완화를 지속하며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선진국인 덕분에 미국 금리인상 시 이머징과 달리 부침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이 흔들리는 시기에 수익도 챙기고 나름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상당기간 엔화 약세가 이어진 덕분에 기업들의 이익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IB들은 올해 들어 선진시장 주가 조정에도 일본 주식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왔다.
안 이스페 USAA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일본이 여전히 인구고령화와 막대한 부채 부담에 시달리고 있지만 경제 활성화 노력과 함께 이익 증가 전망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일본 연금펀드가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투자를 지속하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지속되며 수급적으로도 우호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아드리안 크론지 발렌타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이 구조개혁에 대한 신뢰있는 발언을 지속하고 기업들이 배당이나 자사주매입을 늘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유럽과 달리 보이는 점이라고 말했다.

▲ 일본 설비투자 및 가계소득 추이(출처:하나대투증권) |
◇ 앞다퉈 투자 권하는 증권가
이미 일본 펀드와 관련 투자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고 국내 증권가에서도 일본 투자를 권하는 곳이 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8월 국가별 선호도 1위로 일본을 꼽았다. 이익모멘텀과 글로벌 자금 흐름, 밸류에이션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경기가 추가 양적완화가 없어도 될 정도로 개선되고 있고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주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이익 모멘텀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나대투증권도 엔저 효과로 수익을 축적한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가 가계소득 증가를 이끌어냈다며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주식은 양적완화 덕분에 수출주들의 성과가 좋았지만 최근에는 엔화 약세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소비심리와 실질임금 상승이 나타나면서 내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일본 기업이익 추이(출처:NH투자증권) |
◇ 돌고 돌아 일본..이번엔 괜찮을까?
한때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밖이었던 일본이 부각되고 있는데는 일본처럼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해외투자 수요는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미 굴릴 돈이 많은 부자들 사이에서는 해외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것이 프라이빗뱅크(PB)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러 투자처를 돌고 돌아 장점이 여럿 엿보이는 일본에 대한 관심도 커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과거 중국 펀드에 대한 악몽에 이어 한동안 유행했던 브라질 채권도 관심에서 멀어졌고, 최근 중국 증시 급락이 재현되며 적지 않은 손실을 안기고 있다. 둘 모두 경제가 예전만 못해서다. 해외투자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장기투자 차원에서는 판단이 이를 수 있고, 재빠르게 차익실현에 나선 이들도 있겠지만 매도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경우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일본이 주목받으면서 일부에선 일본도 중국이나 브라질처럼 결국 실망감을 안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만 하다.
일본은 앞서 중국이나 브라질과 달리 선진국 증시에 속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글로벌 증시 전반이 불안해질 경우 일본도 결국 예외일 수 없다. 앞선 안 이스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 경제가 급격히 둔화되고 경기 침체에 빠지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본 주식거래도 가장 큰 도전이 될 수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