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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주는 옛말' 금융주, 금리 인상에도 기 못 편다 

  • 2022.08.29(월) 08:23

경기침체 불안감에 4대 지주 평균 16% 급락
관치금융에 건전성 부담까지…목표가 줄하향

한국은행이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4회 연속(4·5·7·8월)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고금리 기조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대표적인 수혜주인 금융주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상 금리가 인상되면 은행들은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 예대마진을 키우고, 그에 따라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가 불러온 대출금리 인하 경쟁 등이 금융주를 둘러싼 투자심리를 저해하고 있다. 건전성 부담도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연 2.50% 기준금리에도 주가 '묵묵부답'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연 2.50%로 인상된 지난 25일 국내 4대 금융지주 주가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신한지주가 1% 가까이 상승한 가운데 하나금융지주(0.9%)와 우리금융지주(0.8%)도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KB금융은 0.2%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같은 날 코스피가 1.22% 뛴 것에 비하면 미미한 움직임이다.

이는 그만큼 시장이 금리 인상을 금융주에 대한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기에 들어선 최근 석달 간만해도 이들 4대 금융지주 주가는 평균 16% 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낙폭(-5.17%)의 3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성 축소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금융주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을 압도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으로 불경기가 올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점보다는 대손비용 등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금융지주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은 당장의 수익성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향후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금융지주들의 성장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드리우는 관치금융…증권가 "주가 더 빠질 수도"

정부의 빚 탕감 정책이나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 등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점도 금융주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자유예나 저리대환, 원리금 감면 등은 모두 은행의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예대금리차 공시로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앞다퉈 올리면서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의 이탈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입출금 통장 등 사실상 '제로(0) 금리' 수준인 저원가성 예금은 은행 입장에선 조달비용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어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이다. 

이에 증권가는 금융주 목표가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지난 25일만 해도 4대 금융지주와 지방은행들의 목표가가 일제히 내려갔다. 4대 지주 평균 하향폭은 15%가 넘는다. 증권가 관측대로라면 이들 금융주 주가는 지난 석달간 낙폭만큼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로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한 데 이어 이달에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와 은행 모두 체계적 대응 능력을 갖추지 못한 현 시점에선 금융주에 대한 보수적 접근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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