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인상했다. 기준금리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나날이 치솟고 있는 물가를 잡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최근 '강(强)달러'로 달러/원 환율이 치솟고 한미금리도 역전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진 점도 4연속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은은 이번 통화정책 결정과 함께 올해 물가 전망치도 대폭 끌어올렸다. 아울러 경제성장률도 애초 전망보다 낮춰 잡았다. 고물가에 대응이 시급하지만 금리를 급히 끌어올릴 경기 측면의 여지는 좁다는 의미다.
한은이 현 상황에서는 '한 차례에 0.25%씩'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물가 행진에 다시한 번 금리인상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 2.2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연 2.50%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5번째 기준금리 인상이면서 사상 처음으로 연속 4회(4월, 5월, 7월, 8월) 1기준금리 인상이다.
배경은 단연 고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6.3% 상승하면서 1998년 11월 이후 약 24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고물가가 물가의 추가 상승을 자극하는 연쇄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의 풀린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있다는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경기의 하방압력이 증대됐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속 성장 둔화' 현실화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외환위기급'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한은은 금통위 직후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발표한 4.5%보다 0.7%포인트 높인 것이다. 연간 전망치로는 1998년 9.0%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종전 2.9%에서 3.7%로 0.8%포인트 높여 잡았다. 사실상 내년에도 올해의 고물가의 여파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고물가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잠식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5월 2.7%에서 2.6%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2.4%에서 2.1%로 낮춰잡았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는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지만 수출 부분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빅스텝' 예고, 한은의 보폭은?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인 정책금리와의 차이는 0(상단 기준)으로 다시 좁혀졌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내달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관련기사: 미 연거푸 '자이언트 스텝'…한미금리차 '시소게임'(7월28일)
이 경우 다시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하루 전인 지난 24일 달러-원 환율은 1342.1원으로 마감했다. 이날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1330원대로 하락한 상태지만 여전히 강달러 효과 속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한 상태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중 꾸준히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은 역시 금리를 연이어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올해가 끝나갈 무렵 기준금리가 연 2.75%~3.00%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시장의 관측은 타당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금통위 이후에도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올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