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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진짜' 정점 찍었나…안심 이른 이유

  • 2022.09.07(수) 06:50

소비자물가 상승률 7개월 만에 '하락'
농산물·식품 가격 급등 '체감' 어려워
커지는 대내외 변수…'반짝 하락' 가능성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유가 등 원부자재 가격이 서서히 안정세를 찾으면서다. 하지만 소비자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은 연일 급등세다. 식품 업계는 2차 인상에 돌입하고 있다.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변수도 가득하다. 고환율에 수입 물가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물가 '정점' 찍었나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5.7% 상승했다. 전월 6.3%까지 급등했던 상승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전월대비 상승률도 0.1% 하락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1월 3.6%, 2월 3.7%, 3월 4.1%, 4월 4.8%에서 5월에는 5.4%로 급등했다. 특히 지난 6월(6.0%)과 7월(6.3%)은 6%대로 올라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는 국제유가 하락이 주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가 줄어들고, 금리 인상 등 각국의 인플레이션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다. 실제로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3월 11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97.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를 내리는 원동력이 됐다. 국제 곡물 가격도 안정세를 찾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40.7포인트) 대비 1.9% 하락한 138.0포인트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충분히 긍정적인 징후라는 평가다. 정부는 9~10월을 물가의 정점으로 예상해왔다. 아직 정부 예측이 통하고 있는 셈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안정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시장 반영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유가는 에너지와 물류비 등 생활 전반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수입 곡물도 마찬가지다. 밀가루는 물론 축산 사료 가격에 중요한 요소다. 

체감 안 되는 '이유'

다만 밥상물가는 여전히 차갑다. 농산물 등 물가가 여전히 오름세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배추(상품·1포기)는 7818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59.9% 올랐다. 무(상품)는 개당 3426원으로 같은 기간 63.7%나 뛰었다. 양파(상품)도 1㎏당 27.3% 뛴 2602원, 깐마늘(국산)은 8.1% 오른 1만3089원이다. 감자(상품)도 100g당 432원으로 42.1% 올랐다. 특히 시금치(상품)가 1㎏당 3만233원으로 1년 전(1만8388)보다 64.4%나 껑충 뛰었다. 다른 채소뿐 아니라 과일류도 뛰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특히 외식·식품업계의 2차 인상이 진행중이다. 안 오른 상품을 찾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오는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하림과 사조, 대상 등 주요 식품 기업들이 제품가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외식 가격도 모두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갈비탕이 전년보다 13.0% 올랐고, 햄버거(11.6%), 피자(10.1%), 치킨(11.4%), 삼겹살(11.2%) 등도 가격이 뛰었다. 모두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높은 상품들이다. 

문제는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내려도 체감 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 유가·곡물 가격이 소비재 가격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전의 계약 물량이 다 소진되어야 가격 인하 '여지'가 생긴다. 이 때문에 식품 등 가격은 한번 가격이 오르면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이른바 '하방경직성'이 크다. 이외에도 업계는 운임, 인건비 등도 가격과 함께 인상된 점을 이유로 든다. 농작물은 앞으로의 작황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물가가 하락해도 실제 체감이 어려운 이유다.

'정점' 아닐 수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물가의 정점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변수가 아직 많아서다. 특히 유가가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OPEC은 유가가 하락하자 최근 감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자칫 안정세를 찾고 있는 유가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식품 업계의 추가 인상도 변수다. 원부자재 안정으로 가격 인상 명분을 잃고 있다. 지금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다. 업계는 이 시기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든 영업이익을 높여야 해서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농수산물의 가격 전망도 어둡다.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상처가 변수다. '역대급' 태풍으로 채소와 과일 등 작황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주요 농수산물의 가격이 더 뛸 수 있다. 특히 11~12월 김장철이 다가온다. 평년보다 이른 추석도 가격 인상을 이끄는 요인이다. 계절상 아직 농수산물 출하는 이른 시기다. 수요가 크게 늘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뾰족한 정부 대책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적 리스크가 줄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정부의 대표 물가 안정 정책은 '할당관세'다. 돼지고기 등 주요 수입 품목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빛이 바랬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면서 수입 가격 자체가 비싸졌기 때문이다. 추석 물가 잡기는 비축물 출하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명절 시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국제 유가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크게 둔화됐다"며 "다만 기상여건 악화에 따라 채소와 과실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OPEC의 감산 가능성,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여전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물가가 정점을 지났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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