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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진 공포' 증권사, 자구책 마련…금리 경쟁 멈추나

  • 2022.12.06(화) 16:55

증권업계, 당국에 고이율 상품 발행계획 전달
키움, 8%대 상품 판매 중단…다올은 강행

원리금보장상품 이자율 사전 공시에 다소 높은 금리를 써냈던 일부 증권사가 퇴직연금상품 전용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 계획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은 고금리 상품의 등장으로 역마진 리스크가 일파만파 번지자 자발적으로 시장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 내 금리 경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주 키움증권은 가열되는 역마진 논란에 부담을 느껴 8.25%짜리 ELB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자금 유치를 위해 고금리 상품을 공격적으로 쏟아내던 증권사들이 '눈치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증권사, 금감원에 발행 계획 전달…"자체 조정"

6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증권사는 ELB 발행 물량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알렸다. 당국 관계자는 "고금리 상품을 내기로 한 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자발적으로 발행물량에 관한 계획을 전했다"며 "역마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발행량을 어느 선까지 제한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일정 기간에 발행하는 ELB 규모를 당국에 일괄적으로 신고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퇴직연금용 ELB 발행량과 관련한 계획을 따로 설명한 건 이례적이다. 당국이 퇴직연금상품의 금리 경쟁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업계가 스스로 발행량을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 사업자뿐 아니라 비사업자도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상품의 이자율을 사전 제출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는 과도한 금리 경쟁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오히려 눈치싸움을 부추겼다. 특히 증권업종의 경우 타 업권 대비 월등히 높은 이자율을 책정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종전 최고금리(BNK투자증권 원리금보장용 ELB 7.15%) 대비 1%포인트 더 높은 8%대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가파르게 치솟은 원리금 보장상품 금리는 '역마진'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약정한 이자율을 맞추려면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자산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험도가 높은 채권을 편입해 운용하다간 금리 상승기 속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권 운용 손실이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동성 사정이 좋지 않은 증권사들이 1년 이상의 중장기 유동성을 조달하기 위해 높은 금리로 발행하고 있다"며 "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7~8% 상품을 발행하면 역마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 모니터링 강화에 8%대 상품 판매 중단

금리를 낮추는 증권사도 있다. 키움증권은 당초 이자율 8.25%의 ELB 상품을 내놓기로 했지만 지난주 해당 상품의 판매를 철회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재검토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역마진) 이슈를 감안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아직 판매가 개시되지 않은 상품들도 이자율 조율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자율 8.5%짜리 ELB를 발행하겠다고 한 다올투자증권은 발행 규모가 미미한 만큼 해당 상품 출시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첫 퇴직연금 시장 진출인만큼 참여에 의의를 두고 이자율을 기존 공시에서 변동없이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리 경쟁이 다소 잠잠해지면서 퇴직연금발 머니무브(대규모 자금 이동)에 대한 우려는 조금씩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 투자자들 사이에선 불만도 존재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2월에는 임시적으로 수급이 꼬이기 마련인데 당국의 개입으로 금리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춰졌다"며 "다만 퇴직연금 사업자나 투자자들은 규제 때문에 수익률이 깎여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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