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이 핵심 계열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매각을 추진한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1세대 벤처캐피털(VC)로 '배달의민족'과 '토스' 등의 초기 시리즈 투자에 참여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알짜 회사로 알려져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레고랜드 사태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관리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다올투자증권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로, 다올투자증권이 5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분 전량 매각을 조건으로 한 예상 매각가격은 2000억원이다.
과거 KTB네트워크로 잘 알려진 다올인베스트먼트는 1981년에 출범한 국내 1세대 VC로, 그간 300여개의 기업에 투자해 엑시트(투자자금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등의 시리즈 투자 단계부터 투자에 나서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작년 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1조1542억원에 달한다.
창립 40주년을 맞아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지난 6일 종가 기준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시가총액 규모는 3075억원이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금리와 부동산PF 이슈 등으로 내년에도 금융시장 불안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은) 이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와 시장 우려 불식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올투자증권이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면서까지 자금 수혈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금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시장 한파와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PF 위기가 심화된 탓이다. 부동산PF의 수익 비중이 높은 다올투자증권은 유동성에 큰 타격을 받은 상태다.
상반기까지 양호한 모습을 보였던 실적도 고꾸라지고 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든 207억원에 그쳤다. 이런 와중에 단기자금시장 금리가 급하게 뛰면서 현금 확보도 녹록지 않다. 상반기 2%대였던 CP 금리(91물 기준)는 현재 5.4%로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올투자증권은 다올인베스트먼트 외에도 태국 현지법인인 다올타일랜드를 매물로 내놓은 상황이다. 사측이 희망하는 거래 가격은 1000억원 수준이다.
다올투자증권은 계열사 매각과 별개로 인력 감축을 통한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나서 2013년 이후 9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대상은 신입사원을 제외한 정규직 직원이다. 지난달 28일 희망자에 대한 심사가 마무리됐지만 확정된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측은 영업직들에 대한 재계약 불가 통보도 검토하고 있다. 영업을 제외한 경영관리 직무를 맡고있는 상무급 이상 임원들은 경영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전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