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연루 의혹이 제기된 미래에셋증권에 적용할 혐의와 제재 조치가 과태료 처분으로 확정됐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의 행위가 기존에 거론된 '직무상 정보 불법 이용' 대신 '불건전 영업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미래에셋증권이 라임자산운용의 '돌려막기'식 환매를 미리 알고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숨긴 채 불법적인 환매를 도왔다는 판단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은폐 의도를 적극 부인했으나,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하는 증권선물위원회는 '고의성'이 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따라 이례적으로 양형을 초안보다 상향키로했다.
라임 재검사 1년 만에 증선위 상정
제13차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 7월 3일 회의를 열고 라임사태와 관련된 미래에셋증권의 수시검사 결과를 상정해 제재 조치를 논의했다.
이 안건이 상정된 건 작년 9월 금감원이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를 재검사한 이후 1년만이다. 금감원은 대대적인 재검사를 통해 라임자산운용이 60여개 개방형 펀드 가운데 4개 펀드에 대해 다른 펀드계정이나 고유계정을 활용해 특혜성 환매를 집행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당시 라임자산운용은 '라임 마티니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4호'(이하 마티니 4호)를 포함한 4개 펀드를 환매해주기 위해 고유자금 4억5000만원, 다른 펀드 자금 125억원을 동원했다.
환매를 받은 4개 펀드 중 하나가 미래에셋증권이 단독 판매한 '마티니 4호'다. 이 펀드 수익자 중에는 김상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었는데 김 전 의원은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환매를 권유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 직원이 직무상 알게된 정보를 불법으로 이용했는지 살피기 위해 검사에 나섰다.
의사록에 따르면 금감원은 추가 검사를 통해 라임자산운용이 당초 마티니4호 투자자들에게 환매해주기 위해 이 펀드가 담고있는 비시장성 자산을 다른 라임 펀드를 통해, 즉 불법 자전거래로 매입하려 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 자산들은 상장사 전환사채(CB), 비상장사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거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임자산운용은 이러한 행위가 불법 자전거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고유재산으로 비상장사가 발행한 RCPS를 떠안는 방법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은 라임자산운용이 해당 펀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계좌를 개설해준 것으로 나타났다.금감원 vs 미래에셋 '불법 인지' 여부 등 충돌
금감원은 '직무 정보 이용 금지'가 아닌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에 초점을 맞췄다. 미래에셋증권이 라임자산운용의 불법적인 환매를 은폐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봤다.
자본시장법 71조와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투자자의 위법한 거래를 감춰 주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라임펀드를 대규모로 판매한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에도 이 혐의가 적용된 바 있다.
금감원이 지목한 '부정한 방법'이란, 라임자산운용이 마티니4호 펀드에 직접 가입할 수 있도록 미래에셋증권이 계좌를 개설해준 것이다. 마티니4호는 미래에셋증권이 단독 판매한 전문사모펀드로 미래에셋에서만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라임자산운용은 펀드를 환매하는데 이 계좌를 활용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금감원은 "운용사가 고유재산으로 (부실자산을) 안아오면 직접적인 거래가 안 되니까 펀드 가입이라는 외관을 가지고 (환매를) 하겠다는 얘기가 이뤄졌다"며 "분명히 거래구조나 동기목적, 거래의 실질에 대해서 미래에셋증권에서 불법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라임자산운용이 고유계정으로 환매에 대응하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불법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펀드 가입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서 거래목적에도 맞지 않는 계좌를 개설해주는 부정한 수단의 지원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특히 마티니4호 환매가 라임사태가 불거지게 된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고 봤다. 금감원은 "이 펀드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이후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나머지 다른 펀드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라임자산운용의 배임적 행위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러한 금감원의 판단에 대해 적극 반론했다. 라임자산운용에 계좌를 개설해준 행위 자체를 은폐 행위라고 보는 건 '과대 해석'이며, 투자자보호를 위해 환매절차를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뤄진 행위라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또 라임자산운용이 직접 고유계정으로 환매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사전 공모 의혹을 부인했다. 라임운용으로부터 시장에서 자산 처분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고, 환매 신청 완료 후에야 라임운용이 환매대응을 위해 마티니4호 수익증권을 취득할 것이라는 것을 인지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라임자산운용이 위법한 연계거래를 한 이후에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통상적인 환매절차를 진행하였을 뿐 운용사와 어떠한 공모나 위법행위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또 고유계정을 통한 환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자가 환매대응을 위해 수익증권을 취득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유사한 사모펀드 환매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던 만큼,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대응 방식을 위법 거래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고유재산과 펀드재산 간 거래금지, 운용의 결과로서 손실보전 금지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의 연계거래도 금지하고 있는데 사실상 이러한 규정들은 '펀드투자'라는 기본 원칙에 관련된 규정들이라 공·사모의 구분이 전혀 없다"고 반론했다.
그러면서 "기본 원칙을 해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고유계정을 통한 자전거래를) 허용한다는 것이지, 건전한 자본시장의 거래질서 및 영업의 준칙을 어기고 관련 금지규정을 회피하면서 까지 (자전거래를) 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증선위, 이례적으로 양형 상향
이날 회의한 참석한 증선위원 가운데 두 명은 금감원의 제재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반면 나머지 위원들은 이례적으로 양형 상향을 건의했다.
당시 위원 A는 "과태료 4000만원은 사안에 비해 너무 약한 것 같다"며 "다른 것(제재 수단)으로 할 수 있는 것인지 한번 봐 주시고 다음 증선위 때 (양형을) 조금 더 올릴 수 있는지 생각해서 보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 B는 "이 거래를 통해서 일부 투자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 것인데 나머지 투자자들한테는 엄청나게 큰 손해가간 것이 아니냐"며 미래에셋증권의 환매 지원이 미친 영향이 크다고 봤다.
따라서 증선위는 7월 말에 열린 다음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징계 수위를 더 올리기로 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태료가 상향돼 5000만원이 부과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