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진행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분쟁은 주총 의결권 대결로 넘어갈 전망이다. 단 1표의 의결권 확보도 중요해진 상황에서 지분구조가 단순한 MBK-영풍과 다르게 다수의 우호세력의 도움을 받아 경쟁해야하는 최윤범 회장은 이탈표가 나오면 치명적인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호세력으로 분류해온 현대차에서 파견한 이사회 멤버(기타비상무이사)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이사회에 2번이나 불참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소수 지분이긴 하지만 최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속한 경원문화재단도 주총에서 주요안건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영풍 연합은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주식 110만5164주(발행주식총수의 5.34%)를 확보했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이에 기존 보유지분 33.13%에 더해 총 38.47%의 지분을 갖게 됐다.·
다만 절반을 넘기는 지분 확보에는 실패하면서 주총 표 대결을 통해 경영권 분쟁의 결과를 가리게 됐다.
표 대결로 가게 된다면 현재로서는 최윤범 회장이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최윤범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15.65%이며, 현대차·한화·LG화학 등 우호지분을 더해도 총 34.01%로 지분 경쟁에서 밀린다.
오는 23일까지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목표 수량을 모두 사들이더라도 결과가 뒤집어지진 않는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에 공개매수 전량 매수에 성공하더라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의결권은 베인캐피털이 사들이는 2.5%뿐이다.
따라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성공한다면 결과적으로는 38.47%(MBK-영풍)대 36.51%(최 회장)로 지분 격차는 1.96%포인트로 좁혀질 수 있다. 양측 격차가 2%도 안 되는 상황에서 표대결 승리를 위해서는 단 1%의 지분도 소중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지분구성이 단순히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 MBK로 이뤄진 MBK-영풍 연합과 다르게 최윤범 회장은 복잡한 상황이다. 최윤범 회장과 일가, 계열사 등으로 이뤄진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15.56%에 불과하고, 우호세력으로 분류하는 외부주주 지분이 18.37%로 더 많다.
단 1표라도 의결권을 더 끌어모아야 하는 최 회장 측에서는 외부 우호주주 가운데 한 곳이라도 이탈한다면 표 대결을 장담할수 없게 된다.
특히 현대차(5.05%)의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고려아연의 최근 이사회의사록을 살펴보면,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중인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1실 본부장은 최근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2번 연속 불참했다.
아울러 최 회장의 특수관계 지분 가운데도 일부는 경영권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인 임원 선임때 의결권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최 회장 특수관계인에 속한 경원문화재단(0.04%)은 공익법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익법인은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회사를 지배하는 자의 특수관계인에 속한다면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가올 주총에서 다툴 안건인 임원선임에서는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15%를 넘으면 공익법인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최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영풍 측을 제외해도 15.65%여서 경원문화재단의 보유지분은 임원 선임 안건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특수관계인 중 일반적인 법인이 아닌 '해주최씨준극경수기호종중'이 가진 의결권도 사용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있지만, 종중이 보유한 8만8310주(0.43%)는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종중도 비영리법인이긴 하지만, 공정거래법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되는 공익재단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