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서고 있는 영풍이 기관투자자에 이어 소액주주들로부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요구를 받고 있다.
최근 머스트자산운용이 영풍을 향해 자사주 전량소각, 투자부동산 자산재평가 등을 요구한 가운데 소액주주들도 영풍의 자산가치 대비 주가저평가 현상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액주주플랫폼 '액트'를 운영하는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10일 "두 차례에 걸쳐 영풍에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요청했으나 답변이 없다"며 "주주명부 열람등사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액트는 최근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5개를 대상으로 밸류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영풍도 그 대상에 포함했다.
이 대표는 "영풍은 현재 PBR 0.1배 수준으로 심각한 저평가 상태"라며 "시가총액이 보유중인 고려아연 지분가치(10일 기준 8조원)와 부동산 가치를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주주들의 목소리에 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PBR은 기업 주가를 장부상 가치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밸류업 개선의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앞서 영풍 지분 2% 수준을 보유중인 머스트자산운용도 지난달 영풍의 현 주가(시가총액)는 실질 순자산가치의 0.14배 수준에 거래중이며, 이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의 상장사 중 무형자산이 커서 예외적인 이마트(0.16배), 현대제철(0.15배)과 함께 제일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전량 소각 △무상증자 또는 액면분할 △투자부동산자산재평가 등을 요구했다. 또 MBK파트너스와 맺은 경영협력계약 중 풋옵션 내용 공개를 요청했다.
영풍이 MBK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는 이유로 '거버넌스 개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영풍의 거버넌스 개선도 시급하다는 기관 및 소액주주들의 요구에 직면한 셈이다.
대표적으로 영풍은 자사주 6.62%(12만1906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2010년 자사주 일부를 처분한 이후 지금까지 14년간 한 번도 자기주식을 소각한 적이 없다. 이 상황에서 고려아연에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자체가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