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인적분할 시 존속회사 자사주에도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하는 것이 금지된다. 대주주들이 지분 확대 꼼수로 악용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금지하는 자사주 제도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상장사 자사주 제도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31일부터 시행한다. 앞서 금융위는 올해 1월 제도개선안을 내놓았고 6월 시행령 입법을 예고한 바있다.
개정안 시행으로 이제부터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를 배정할 수 없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나 배당권, 신주인수권이 없다. 그러나 분할, 합병시에는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이 없다. 따라서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쪼개지는 경우 대체로 존속회사가 보유하는 자사주에도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해왔다.
문제는 이 과정을 통해 대주주가 자금을 더 출연하지 않고도 지배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사용해왔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A사의 지분은 자사주 30%, 대주주 40%, 일반주주 30%로 구성돼있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으므로 대주주의 실질 의결권 비율은 57%다.
그런데 인적분할로 존속회사 A사와 신설회사로 B사가 나뉠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때 A사가 보유한 자사주 30%에도 B사의 신주를 배정한다. 따라서 B의 주주는 A사 30%, A사의 대주주 40%, A사의 일반주주 30%로 꾸려진다. 이 경우 대주주가 보유한 B사 의결권은 자신들이 실제 보유한 지분인 40%와 함께 A사가 자사주로 배정받은 지분 30%를 합쳐 총 70%로 늘어난다. 대주주가 추가 자금 투입 없이도 의결권을 확대하는 '마법'인 셈이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에선 소액주주 권익을 제한할 뿐더러 자사주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이나 일본 등 글로벌 동향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이번 시행령에서는 상장사가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에 대해 신주배정을 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경우에도 소멸되는 법인이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신주를 배정할 수 없다.
아울러 자사주 관련 공시도 강화한다. 상장사의 자사주 보유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를 넘으면 자사주의 보유현황, 보유목적, 향후 처리계획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후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공시해야 한다. 또한 모든 상장사가 자사주를 처분할 때는 처분 목적과 처분 상대방, 선정사유,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 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한다.
자사주를 신탁으로 취득할 때도 직접 취득과 동일하게 공시의무를 갖는다. 자사주 취득금액이 원래 자사주 매입하기로 알린 금액보다 적을 경우에는 사유서를 제출하고, 계획한 매입기간 종료 후 1개월이 지나기 전 새로운 신탁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다만, 주가단차나 운용보수 지급과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실제 자사주 취득금액이 신탁계약 체결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 이사회 결의로 신규 자사주 취득을 허용한다.
신탁 계약 기간 중 자사주를 처분할 때는 처분목적과 처분상대방, 선정사유,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효과를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오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원래 취지대로 운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제도개선 사항이 시장에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