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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워치]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잽' 두 방에 휘청

  • 2025.04.27(일) 08:00

일라이릴리 경쟁약 출시에 속수무책
1년간 주가 반토막…시총 1위 반환

비만약 '위고비' 출시로 돌풍을 일으킨 덴마크계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경쟁사 일라이릴리의 거센 공세에 휘청하고 있다. 위고비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큰 비만약을 출시하는 등 일라이릴리가 잇따라 날린 '펀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주가는 지난 1년간 반토막 났다. 경구용 비만약 시장 선점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낮은 복용 편의성 등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첫 번째 펀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지난 1년간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62.6달러(8만9000원)로 1년 전 126.1달러(18만원)와 비교해 50.3% 하락했다. 이 여파로 지난 3월 유럽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독일계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에 내줬다.

앞서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2023년 9월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 모에헤네시를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한 바 있다. '삭센다', '큐시미아' 등 1세대 비만약과 비교해 투약기간이 길고 체중감량 효과가 더 큰 '위고비'가 비만약 열풍을 일으키면서다.

노보노디스크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이유는 미국계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비만약 '젭바운드'를 출시하면서 위고비가 독점한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2023년 11월 미국에 위고비와 동일한 성분(GLP-1)의 비만약 젭바운드를 출시했다. 위고비 발매일과 비교해 2년가량 늦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젭바운드는 체중감량 측면에서 위고비를 앞서는 약효를 강점으로 빠르게 시장에 침투했다.

젭바운드는 출시 1년차인 지난해 총 매출액 49억달러(7조원)를 거두며 위고비의 연간 매출액(12조7000억원)을 절반 넘게 따라잡았다. 특히 지난 4분기에만 전체 연매출 중 약 40%인 19억달러(2조7000억원)를 벌어들였다.

노보노디스크는 차세대 비만신약 '카그리세마'를 통한 점유율 방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임상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젭바운드를 뛰어넘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비슷한 수준의 체중감량 효과만 나타나면서다.

그 결과 첫 번째 임상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2월 20일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17.8% 하락했다. 두 번째 결과를 공개한 올해 3월 10일에는 주가가 9.4% 더 내렸다.

두 번째 '훅'

일라이릴리는 최근 경구용 비만약 시장에서 앞선 행보를 보이면서 노보노디스크를 또 한 번 흔들고 있다. 일라이릴리가 경구용 비만약으로 개발 중인 '오포글리프론'이 임상 3상 시험에서 유의미한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내면서다.

일라이릴리의 주가는 이 소식이 알려진 이달 17일 14.3% 상승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의 주가가 7.8% 하락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로부터 나흘 뒤인 21일 부랴부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2년 전에 임상 3상 시험을 마쳤던 경구용 비만약의 허가를 신청했다. 일라이릴리의 예상보다 빠른 움직임에 경구용 비만약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비만약은 임상에서 오포글리프론에 뒤지지 않는 체중감량 효과를 냈다. 하지만 오포글리프론과 달리 공복 상태에서만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아울러 노보노디스크는 약물의 체내 흡수율을 나타내는 생체이용률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한 지점이다.

결정타는 누가 날릴까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양분하고 있는 비만약 시장의 질서를 뒤흔들 '제3의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머크, 암젠 등 빅파마들은 외부 후보물질을 공격적으로 도입하며 비만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등 국내 기업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비만약은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한계점도 분명히 있다. 체중감량과 함께 근육량이 함께 빠지는 단점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이를 위해 체중감량 효과를 내는 GLP-1에 근육량을 보존할 수 있는 성분을 더한 이중, 삼중 작용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동아에스티가 이러한 이중작용제 'DA-1726', 한미약품이 삼중작용제인 'HM15275'를 개발 중에 있다. 현재 두 회사는 모두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경구용 비만약 시장 기회도 여전히 활짝 열려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약물은 모두 설사, 구토 등 위장관 부작용이 크고 매일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인벤티지랩은 현재 일주일 제형의 먹는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전임상에서 우수한 체내 흡수율을 확인했다. 한미약품과 대원제약은 먹는 것보다 복용 편의성이 높은 패치형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체중감량 효과가 가장 큰 젭바운드도 여전히 임상에서 환자 절반이 목표로 한 BMI(체질량지수)에 도달 못 했다"며 "시장에는 언맷니즈(미충족 의료수요)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를 파고들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기회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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