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 초반부터 점유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한국거래소(KRX)도 수수료인하와 거래시간 확대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주식 투자로 쏠리는 개인자금이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넥스트레이드의 점유율마저 올라가면서 수익성 확보에 위기감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향후 주식 수수료 인하와 주식시간 거래 확대 등의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유관기관 수수료는 넥스트레이드보다 30%가량 높은 수준이다. 수수료 인하로 점유율을 방어하고 주식시장 운영시간을 늘려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넥스트레이드 점유율 확대에 거래소 수익성 악화 우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은 각각 11조5766억원, 3조376억원이다. 전체 거래대금 중 넥스트레이드 비중이 20%를 넘었다. 지난 25일 넥스트레이드 거래대금은 5조원을 넘어서면서 전체 거래대금 중 넥스트레이드 비중이 27%까지 치솟기도 했다. ▷관련기사: 글로벌증시 변동성 확대 속 넥스트레이드 점유율도 '껑충'(4월16일)
넥스트레이드 점유율이 치고 올라오면서 한국거래소의 고민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별도 기준 영업수익(매출)은 6647억원, 영업이익은 2479억원이었다. 이 중 수수료 수익이 5446억원으로 81.93%로 대부분이다. 한국거래소의 수입원 중 대부분이 주식 매매체결 수수료인 상황에서 넥스트레이드 점유율 상승은 한국거래소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 점유율 확대에 따른 수익성 확보 전략으로 △주식 매매체결 수수료 인하 △주식 거래시간 확대 등의 대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 수수료는 0.0023%다. 넥스트레이드는 이달 말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내달부터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는 0.00134%(지정가 주문)~0.00182%(시장가 주문)다. 넥스트레이드의 매매체결 수수료가 한국거래소에 비해 20~40%가량 저렴한 셈이다.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운영 시간이 넥스트레이드에 비해 짧다는 점도 불리한 포인트다.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운영시간은 오전 9시~오후 3시 30분까지이며, 넥스트레이드의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수수료 인하, 대안 중 하나지만 시기상조?"
한국거래소가 매매체결 수수료를 인하하면 넥스트레이드의 점유율 침투를 상당부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거래소 체제에서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가장 유리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을 구축했다. SOR은 투자자의 주문을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더 유리한 시장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기준이 '최선집행기준'이다. 최선집행기준은 △가격 △수수료 △규모 △총금액 △매매체결 가능성 등으로 구성된다. 가령 가격 기준이 우선이면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더 싼 호가(매수 시) 또는 더 비싼 호가(매도 시)를 판단해 주문을 보낸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총금액'을 우선순위로 결정한 만큼 수수료에 따른 배분 차이가 존재한다. 매수할 때는 주당 가격에 거래 비용까지 더한 금액이 적은 쪽으로 주문을 넣는 만큼 수수료가 낮은 쪽(넥스트레이드)으로 주문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가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을 선별해 거래를 지원하는 만큼 매도와 매수 호가가 촘촘한 편"이라며 "같은 가격이라면 SOR시스템에 의해 넥스트레이드로 주문이 쏠리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 넥스트레이드 출범 초기라는 점에서 조금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당장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넥스트레이드에서 가져올 수 있는 거래 비중이 적다.
금융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30%가량 줄여야 한다"며 "한국거래소가 수수료를 30% 낮춰서 넥스트레이드의 현재 점유율(20%)을 모두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손해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가 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을 제한하면서 넥스트레이드 점유율 추가 확대도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넥스트레이드의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을 전체 시장 거래량의 15% 이내, 단일 종목 거래량은 30% 이내로 설정했다.
향후 당국이 넥스트레이드 일일 거래량 제한을 지금보다 완화한다면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인하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식 거래량 비중이 지금보다 늘어나면, 한국거래소가 수수료 인하 카드를 통해 점유율 방어에 나설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도 거래시간 확대한다면?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운영시간 확대도 점쳐진다. 해외 사례도 있다. 미국의 대표 정규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는 주식 전자거래플랫폼(NYSE Arca)의 일간 거래시간을 6시간30분에서 2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승인받고 추진 중이다. 미국의 대체거래소만 60여개에 이르는 만큼 점유율 및 수익성 확대를 겨냥한 움직임이다. 한국 주식시장도 복수거래소 체제에 들어선 만큼 미국의 선례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거래시간 확대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개발은 물론 확대한 거래시간 동안 인력 투입도 필요하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 상장뿐 아니라 변동성 제어, 시장 감시, 공시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가령 한국거래소는 주식시장 전체가 급격하게 하락할 때 모든 거래를 잠시 멈추는 서킷브레이커, 선물시장과 현물시장 간 괴리로 주가 급등락이 있을 때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사이드카, 개별 주식의 변동성이 극심할 때 2분간 매매를 멈추는 변동성 완화장치(VI) 등을 운영한다. 거래 시간을 확대하면 이같은 업무를 위해 인원 확충이 필요하다.
노조 반대도 변수다. 앞서 지난 2016년 주식시장 정규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됐을 당시에도 노조 반대가 있었다. 거래시간 연장 전 민주노총 산하의 전자사무금융서비스 노조는 "주식시장 연장 계획을 폐지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장 마감시간이 오후 3시에서 오후 3시30분으로 확대된 이후에도 전자사무금융서비스 노조는 "거래시간 연장을 다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한국거래소 거래시간 확대는 이뤄질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미 넥스트레이드가 오후 8시까지 주식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시간 확대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주식시장 야간거래를 지원하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낮 시간에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며 "국내 주식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도 주식 거래시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투자자들의 야간 거래 수요까지 더하면 시간의 문제겠지만 거래시간은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