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자기주식(자사주)의 처분을 막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 소각을 미루자, 향후 임시주총 및 정기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활용할 지도 모른다는 점을 의식해 처분 또는 대여(대차거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시도다.
영풍-MBK는 13일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 204만30주(총발행주식수의 9.85%)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의 소각을 미루고 경영권 방어용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타인과의 대여(대차거래)를 통해 의결권을 되살려 표대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대차거래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 일정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자 영풍-MBK가 법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영풍-MBK 관계자는 "계속되는 소각 요구에도 고려아연은 소각할 계획이라는 말만 하고 소각 실행을 미루고 있다"며 "임시주주총회와 정기주주총회의 기준일인 오는 20일과 31일에 인접해 자기주식을 제3자에 출연, 대여, 양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의결권을 살리려는 꼼수를 얼마든지 감행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를 제3자에 대차한 뒤 다시 다수의 제3자에게 나눠 재대차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을 취한다면 위 각 기준일 기준 주주명부를 새롭게 열람, 등사하고 변경된 주주를 파악해야 하는 영풍과 MBK로서는 차입자 특정이 곤란하다"며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등을 제기하더라도 적시에 구제받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자기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풍-MBK의 설명처럼 고려아연은 수차례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사주 '소각'에 대한 이사회 결의(10월 2일)와 '주식소각결정(10월 2일, 10월 28일)' 등 공시를 내놨으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11월 12일)에서도 소각할 것이란 답변을 했다.
다만 소각 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소각결정 공시에서도 고려아연은 "해당 주식을 소각할 예정이며 소각 예정일은 별도의 이사회를 통해 공시할 예정"이라고만 설명했다.
한편 영풍-MBK는 자사주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면서, 자사주를 처분하면 회사에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자본시장법(제165조) 및 같은 법 시행령(제176조)은 자사주 취득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을 금지한다.
영풍-MBK는 "금지되는 처분에는 대여(대차거래)도 포함된다"며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처분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공시규정 위반 및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법 제444조, 제178조)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자사주 처분을 강행하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임원의 해임권고, 일정기간 증권의 발행 제한, 고발조치에 따른 벌금, 과징금 등 제재조치를 받을 수 있다면서, 조치를 받으면 고려아연은 회사에 자금수요가 있더라도 이에 대응해 주식이나 채권 등 증권을 발행해 사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금지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