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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에 '자사주 매입' 늘었지만…여전히 규제약한 신탁취득 많아

  • 2025.02.13(목) 07:00

지난해 자사주 취득‧건수 모두 22~23년대비 증가
신탁보다 직접취득 늘었지만 신탁규모 적지 않아
코스닥은 직접보다 신탁선호 신탁규모 76% 달해
신탁취득 공시해놓고 실제 자사주는 적게 취득

금융당국이 지난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상장사들의 자기주식 매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직접 취득하기 보단 증권사 등을 통한 신탁방식으로 간접 취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코스닥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전체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은 늘었지만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1년 째 강조하고 있는 밸류업 정책에서 코스닥 상장사 상당수가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자사주 취득 규모…밸류업 이후 크게 증가

한국거래소가 12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장사(유가증권+코스닥)의 자사주 취득 건수는 593건(공개매수,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지급을 위한 취득은 제외)이다. 취득 규모는 13조5607억원을 기록했다. 참고로 지난해 2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던 고려아연 공개매수 건은 해당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개매수 등 특수한 자사주 취득은 통계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자사주 취득만 놓고 보면 2022년 557건, 2023년 414건과 비교해 지난해 자사주 취득 건수는 늘었다. 취득 금액도 2022년 6조2679억원, 2023년 8조571억원인 것과 비교해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전체 자사주 취득건수에서 상장사가 직접 자사주를 사들인 건수는 195건이다. 나머지 398건은 증권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신탁방식을 활용했다.

다만 자사주 취득 금액으로 보면 신탁보다 직접 취득 방식이 더 많다. 지난해 자사주 직접 취득 규모는 7조9162억원(58%), 신탁 취득규모는 5조6445억원(42%)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자사주 취득 건수 및 규모가 늘었고 직접취득 방식을 통해 매입한 자사주 규모가 더 크다는 점은 유의미한 지점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한 밸류업 정책을 의식해 상장사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더 많이 취득했고 의무감이 약한 신탁보다는 직접취득을 통해 더 많은 자사주를 취득한 것이다.

최근 3년간 자사주 취득 현황

신탁 취득 여전히 많아…코스닥은 신탁이 대부분

다만 여전히 신탁방식을 활용한 자사주 취득 규모도 만만치 않다. 자사주 취득은 상장사가 직접 돈을 주고 사들이는 직접 취득과 증권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취득하는 신탁취득으로 나뉜다. 

직접취득은 자사주를 사기로 한 이사회 결의 후 3개월내 공시한 수량 전량을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반면 신탁취득은 일정한 계약기간(보통 6개월~1년) 내에 취득하겠다 밝힌 수량을 사면 되고, 모두 사지 않아도 있다. 직접취득 보단 신탁취득이 규제 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그동안 자사주 취득은 직접보단 신탁방식이 훨씬 많았다. 2022년 상장사들은 총 557건의 자사주를 취득했는데 이중 직접 방식이 184건(2조9226억원)인 반면 신탁 방식은 373건(3조3453억원)으로 건수, 금액 모두 많았다.

밸류업 정책을 시행하기 전인 2023년에도 전체 자사주 취득 건수(414건) 중 직접취득이 132건(3조7398억원)인 반면 신탁취득은 282건(4조3173억원)을 기록했다.

신탁취득 방식을 선호하는 현상은 특히 코스닥 상장사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들은 총 387건의 자사주 취득 건수를 기록했는데 이 중 직접취득은 111건(3638억원)인 반면 신탁취득은 276건(1조1417억원)에 달했다. 특히 취득 규모로는 신탁 비중이 76%에 달한다. 

유가증권 상장사 역시 신탁취득 비중이 적지 않다. 2022년 유가증권 상장사들은 총 182건의 자사주를 취득했는데 이중 직접취득이 73건(2조5017억원), 신탁취득이 109건(2조1938억원)이었다. 2023년에도 총 158건의 자사주 취득건수 중 직접취득이 60건(3조1970억원), 신탁취득이 98건(3조4638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 상장사 사이에서 직접취득 비중이 더 많아진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유가증권 상장사들은 총 206건의 자사주 취득을 했는데 이중 84건(7조5524억원)이 직접취득, 122건(4조4974억원)이 신탁취득이었다. 건수는 여전히 신탁취득이 많지만 규모는 직접취득이 신탁취득을 앞질렀다. 주주환원 명분으로 취득해놓고…소각 안 한다   

밸류업 정책을 시행하면서 유가증권 상장사를 중심으로 직접취득 건수와 규모가 늘었다. 다만 여전히 유가증권과 코스닥 상장사들의 상당수가 신탁취득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은 늘었지만 신탁취득 방식을 선호하며 나타나는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유가증권 상장사)는 지난해 3월 신탁방식으로 자사주를 50억원어치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신탁계약 기간 동안 13억원어치만 사들였다. 이후 신탁계약을 맺은 신한투자증권과 계약기간을 연장하면서 자사주 34억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인 상태다. 

애초 공시했던 기간내 전량 취득하지 않는 점도 문제지만 주주환원용으로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거나 임직원 상여금 지급 등에 쓴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 지난 2022년 똑같이 주주환원 목적으로 자사주 100억원어치를 신탁 방식으로 취득했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이를 소각하지 않았다. 과거 여러 차례 신탁방식으로 확보한 자사주는 회사가 그대로 보관한 뒤 필요할 때마다 임원 상여금 지급에 쓰였다.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티이엠씨 역시 지난해 1월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4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신탁방식으로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계약기간이 끝나고 실제 티이엠씨가 취득한 자사주 규모는 29억원에 불과하다. 목표 금액의 74%만 취득한 것이다. 물론 소각도 없었다. 신탁방식으로 자사주 덜 취득하면 그 이유 제출해야

밸류업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꼽히는 자사주 취득이 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려면 신탁방식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해야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자사주 신탁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신탁방식으로 자사주를 취득할 때에도 직접취득과 똑같이 규제를 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자사주 취득이 주주환원 목적으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고 세밀하게 개선했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 내용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시행 중이다. 

지금은 자사주를 신탁방식으로 취득할 때 계획‧공시한 매입금액보다 적게 취득하면 그 사유서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이 내용은 따로 투자자에게 공시하지 않는다. 아울러 자사주 보유현황과 보유목적, 향후 추가로 자사주를 취득할건지 아니면 소각할 건지 등 내용을 담은 처리계획도 사업보고서 담아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의 관리를 강화했을 뿐 자사주 의무소각에 대한 내용은 이번 제도개선에 반영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9대 및 20대 국회에서 상장사가 보유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소각을 강제하는 것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반응 때문에 철회된 바 있다. 

상장사가 공시한대로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는지, 취득한 자사주를 정말 주주환원을 위해 사용하는지는 주주들이 알아야 할 권리다. 이번에 바뀐 제도로 자사주가 얼마나 기업 밸류업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지 지켜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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