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핵심 원칙은 지원금 동일 지급이다. 지원금 공시 변동이 없는 한 누가, 언제, 어디서 구입하든 동일 단말기에 한해선 똑같은 지원금을 받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워낙 지원금 차별이 심했던 시장이라 강력한 규제(단통법)로 이용자 차별을 해소시켰다는 긍정론이다. 다른 하나는 지원금 차별이 드러났던 이유는 정부 규제가 심해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인데, 정부는 규제완화 대신 오히려 더 강력한 규제로 시장기능을 마비시켰다는 부정론이다.
긍정론은 단통법을 시행하는 정부의 견해다. 특히 통신산업은 독과점적 성격이 강해 소비자 보호, 공정경쟁을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했다는 개념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즉 강력한 사전 규제를 통해 통신시장을 조정하겠다는 만든 법이 단통법이다.
반면 학계 및 시민단체 일각에서 내놓은 부정론은 정부의 과잉 사전 규제를 지적한다. 시장 자율성을 부여하되, 사후 규제를 강화시켜 잘못에 대한 강력한 제재안을 만든다면 단통법 없이도 시장이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이란 견해다.
이 시점에서 정부 의견이 옳다 그르다 정확히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가감없이 듣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차원에서 부정론을 무작정 폄하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껏 정부는 비정상적 통신시장 흐름에 대해 규제로만 대응했지 시장경제원리로 풀어보려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단통법, 시장경쟁기능 상실시켜"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후 LG유플러스와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은 상승했다. 2014년 10월 대비 2015년 7월 점유율을 보면 SK텔레콤은 46.3%에서 45.1%, KT는 26.8%에서 26.2%로 각각 떨어졌다. 반면 LG유플러스는 19.2%에서 19.4%, 알뜰폰은 7.6%에서 9.3%로 각각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단통법으로 후발사업자 시장점유율이 증가했다. 하지만 알뜰폰 중 SK텔레콤망(45.7%), KT망(46.0%), LG유플러스망(8.3%) 가입자 비중까지 구분해 본다면 점유율 변화는 큰 의미없다.
그렇게 본다면 단통법으로 통신산업내 시장경제 원리가 원천봉쇄 되어 경쟁제한이 강해지고 점유율 고착화가 강해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물론 단통법 이전 점유율 변동 가능성이 컸느냐 반문하면 역시 '아니다'다. 마케팅비 전략 만으로는 후발사업자가 선발사업자를 능가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다른 대안없이 규제만 강화해, 산업적으로 볼 때 시장을 고착화시켰다는 평가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단통법의 지원금 고시제는 사실상 정부표준가격제도에 해당하는 단말기 가격담합 조장 행위"라고 밝힌 뒤 "이통사직영점, 공인대리점, 독립판매점 등 유통점간 특장점도 무시하고 거의 동일한 가격으로 경쟁하게 해 독립판매점의 경쟁력을 상실시켰다"고 지적했다. 단통법 시행 후 독립판매점은 1040개나 폐업한 반면 이통사직영점 비중은 3.1%, 위탁대리점을 포함한 이통사 지배력 하에 있는 유통채널은 3.9% 각각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시장경제에선 품질이 떨어지는 기업의 경우 가격인하로 대응하는데, 이들에게 경쟁자와 동일한 가격으로 받으라고 강요하므로 품질열세 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나게 됐다"면서 "같은 이유로 국내 프리미엄 단말기 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이 애플에 대한 경쟁력 저하로 점유율 하락의 피해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 |
◇통신규제철학 재점검 필요
단통법을 둘러싼 논쟁은 원론적으로 보면 통신규제철학과 맞물려 있다. 정부가 통신산업을 규제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규제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느정도의 강도로 할 것이냐 등의 문제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사전규제냐 사후규제냐, 후발사업자를 지원하는 유효경쟁정책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통신산업 진흥과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조직은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 등 다양한 이슈가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규제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단통법이 만약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다면 국회나 정부는 통신정책 방향성에 대해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면서 "통신정책은 이용자 이익뿐만 아니라 산업진흥도 중요한 관점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사후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전규제 차원에서 가격통제가 아닌 서비스 경쟁을 독려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들면 신규 요금제 발표에 따른 일정기간(1∼2개월) 배타적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금융상품의 경우 배타적 독점권이 허용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A 사업자가 파격적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B·C 사업자도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게 되면 혜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사업자의 요금경쟁 의지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줄 수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기업이 언론에게 사업계획을 발표하려 해도 정부가 나서서 사전보고를 요구할 정도로 규제권한이 강력하다"면서 "통신산업 특성상 규제가 필요한 것은 동감하지만 규제방식을 지금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