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지난 4월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을 20%로 상향했다. |
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성과로 강조했던 것 중 하나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제도다. 지원금을 받지 않고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거나, 24개월 이상된 단말기로 가입하는 이용자들에 대해 지원금에 상응하는 추가적인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제도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이통사의 지원금 지급계획을 토대로 산정된 요금할인율 12%를 적용했다가 지난 4월24일부터 20%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휴대폰 구입시 지원금과 요금할인 헤택 중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20%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가입자(9월초 기준)는 185만명 정도로 전체 가입자의 10%도 안된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도 "이통사 판매점에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제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지원금과 요금할인 혜택을 비교 설명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추진중"이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보면 소비자는 아직도 지원금을 얼마 받았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해 요금할인 보다 지원금을 선호하는 듯 하다"고 밝혔다.
즉 합리적 소비자라면 당연히 요금할인을 선택하겠지만, 대다수 이동통신 이용자는 지원금을 더 중요시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숨어있다. 대부분 이용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호하는데, 요금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선 출고가 전액을 일시불로 구입해야만 가능하다. 지금껏 1∼2년내 단말기를 교체해왔던 이용자 입장에선 1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단말기를 구입한 뒤 요금할인을 신청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니면 프리미엄폰 사용을 포기하고 중저가폰으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프리미엄폰을 사용해본 이용자라면 중저가폰으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요금할인혜택도 1년 약정을 해야만 한다. 이 또한 소비자에게는 심리적 부담감이 된다. 만약 1년내 단말기 파손이나 분실로 인해 신규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지원금을 받지 않은 단말기를 구입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단순히 지원금이냐 요금할인이냐를 선택하는 비용문제가 아니다"면서 "단말기를 파손·분실없이 얼마나 오랫동안 쓸 수 있느냐, 초기 비용부담을 감내하면서도 프리미엄폰을 살 수 있느냐 아니면 단말기 사용습관을 바꿔 중저가폰을 구입하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와 업계 일각에선 좀더 손쉽게 혜택을 늘릴 수 있는 지원금 상한액 폐지 및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지원금 상한액은 방송통신위원회가 25만∼33만원 범위에서 결정하고 있다. 최초 상한액은 30만원이었는데 지난 4월8일 33만원으로 상향된 바 있다. 단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단말기는 예외다.
여기에도 한 가지 고민이 따른다. 지원금 상한액을 정한 이유는 고액 지원금과 고가 요금제를 연계한 마케팅 수법을 차단하기 위해서 였다. 즉 이통사가 고액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에 가입시켜 매출을 올리거나, 유통점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려 고가 요금제 가입자 유치에 몰두하는 병폐를 막기 위함이다. 만약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한다면 당장 소비자 불만은 해소될 수 있지만 과거와 같은 마케팅 수법이 되살아나 결국 소비자 비용부담이 늘 수 있다.
이와 관련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앞으로 단통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큰 방향성은 유지하되 이통사·제조사의 마케팅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운영을 계획중이다"고 설명했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도 "지원금 상한제 폐지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선 단통법 안착이 더 중요하다"면서 "최소 지원금을 상향하는 방안도 있으니 추후 시장상황이 변화되면 그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 개선안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지원금 내역을 이통사와 제조사로 나눠 밝히는 분리공시제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단통법 시행 후 단말기 출고가가 인하됐다곤 하지만, 프리미엄폰을 선호하는 소바자에게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변함없다. 분리공시제가 시행되면 제조사 보조금 대신 차라리 출고가를 인하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작용할 수 있고, 이는 출고가 인하에 따른 요금할인제 선택 등 소비자 단말이용 패턴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단통법 시행 전 논의 끝에 제조사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던 탓에 재조정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