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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치료제 기업 '잔혹사'…잇달아 대규모 구조조정

  • 2025.04.26(토) 08:30

카리부·카리스마·엔카르타 감원 및 개발 중단
"CAR-T 넘어서는 혁신 없이는 위기 지속"

CAR-T를 뛰어넘는 차세대 세포치료제 개발에 도전했던 바이오텍들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던 세포치료제 개발기업들의 대규모 감원과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창업 '카리부', 구조조정 돌입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카리부 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직원 32%를 해고하고, 임상 1상을 진행중인 동종(off-the-shelf) CAR-T 치료제 CB-010과 CB-011만 남긴채 모든 파이프라인 개발을 중단했다. 

카리부는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유전자가위 CRISPR-Cas9 기술을 활용한 동종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공동창업한 기업이다. 2021년 나스닥 상장 당시 3억 달러(4300억원)를 조달했으며 2023년에는 화이자로부터 2500만달러(36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카리부는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대량 생산 가능한 동종 세포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 환자맞춤형으로 제작돼 약가만 4억~5억원에 이르는 CAR-T 등의 치료제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더딘 개발 성과에 글로벌 바이오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결국 생존모드에 들어가게 됐다. 회사측은 이번 결정으로 현금 흐름이 2027년 하반기까지 1년 연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AR-M' 카리스마, 페업수순…'CAR-NK' 엔카르타 위기

지난달에는 카리스마 테라퓨틱스가 직원 95%를 해고했다. 지난해 4월 직원 37%를 해고한지 1년만으로 이번 조치에 따라 회사는 사실상 폐업수순에 돌입했다.

카리스마 테라퓨틱스는 최초의 CAR-Macrophage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우리 몸의 선천면역 세포인 대식세포(macrophage)를 활용하면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었다. 

같은 달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엔카르타(Nkarta)와 CAR-T 치료제 개발기업 카고 테라퓨틱스(Cargo Therapeutics)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엔카르타는 임원진 절반을 비롯해 직원의 3분의 1을 해고 했고 림프종 치료제를 위한 CD19 CAR-NK 연구를 중단했다. 카고 역시 90%의 인력과 대부분의 파이프라인 자산을 정리했다. 

세포치료제 개발기업들은 나스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 T/NK 세포치료제 개발기업인 페이트 테라퓨틱스(Fate Therapeutics)는 2021년 1월 시가총액이 109억달러(약 12조원)에 달했으나 현재는 1.55억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다른 유도만능줄기세포 세포치료제 개발기업인 센츄리 테라퓨틱스(Century Therapeutics)도 2021년 나스닥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17억5000만달러(약 2.5조원)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43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CAR-T 뛰어넘는 차세대 제품 개발 난항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혈액암 CAR-T 치료제인 킴리아(Kymriah)와 예스카타(Yescarta)를 각각 허가하면서 세포치료제 시대가 열렸다. 단 1회 투여로 암 완치가 가능한 CAR-T는 혁신 그 자체였다. 대규모 자금이 세포치료제 개발에 몰렸고 차세대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창업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크지 않았다. 혈액암에만 효과적인 CAR-T를 고형암으로 확장하기 위한 다수의 시도는 낮은 효능과 부작용 등의 벽에 막혔다.

그 사이 고형암에 효과적인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들이 줄줄이 허가를 받으면서 세포치료제는 관심에서 밀려났다.

아이오반스 바이오테라퓨틱스(Iovance Biotherapeutics)가 개발한 첫 고형암(흑색종) 종양 침윤 림프구(TIL) 세포치료제인 암타그비(Amtagvi)가 2024년 2월 FDA 허가를 받기도 했지만 반향이 크지 않았다. 

무려 4억~5억원에 달하는 CAR-T 약값을 낮추기 위한 동종 치료제 개발도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선두 주자였던 셀렉티스, 페이트 테라퓨틱스 등도 임상 1~2상 진입에 그쳤다. 2020년대 초반 금리 인상과 함께 바이오텍 투자가 위축되면서 세포치료제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포치료제는 빅파마들이 아닌 소규모 바이오텍에서 주로 개발하다보니 시장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세포치료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도 수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세포치료제 CDMO기업 관계자는 "아직 2~3년 이상 세포치료제 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반등을 위해서는 놀라운 과학적 발견과 신약 허가 등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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