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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관객 빠진` 지상파 재송신 분쟁

  • 2015.10.15(목) 16:01

유료방송-지상파 `재송신 댓가 분쟁` 평행선
법적분쟁만 의존말고 국민 고려해 협상 나서야

▲ 지상파 재송신 문제로 지난 2012년 KBS2 방송이 중단됐던 케이블TV 모습

 

모바일IPTV에 이어 다음달(11월)부터 CJ헬로비전의 모바일 방송 티빙에서도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된다. 

 

지상파 방송을 안보는 시청자가 늘고 있는 추세지만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은 막강하고, 또 여전하다. 모바일IPTV와 티빙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는 수요자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까진 조용한 분위기다.

 

허나 사태가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에 까지 확산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10%도 안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율은 2005년 23.2%에서 계속 감소해 9년 만인 지난해 3분의1 수준인 6.7%로 급락했다.

 

절대 다수의 시청자는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보고 있는데, 왜 갈수록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보는 것은 힘들어질까.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상황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지상파방송 사업자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재송신 하는 일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양측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은 유료방송을 통해 난시청 지역까지 방송시청이 가능해짐에 따라 시청자 확보에 따른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또 유료방송은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 함에 따라 콘텐츠를 늘리고 지상파방송 채널 사이 사이에 홈쇼핑채널을 배치해 과외수입(홈쇼핑송출수수료)도 올릴 수 있었다.

 

2002년 위성방송, 2008년 IPTV가 출범하면서 유료방송 사업자가 늘자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간 갈등이 시작됐다. 이는 소송으로 이어졌다.

 

지상파방송 측은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대가 지급없이 재송신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료방송(케이블TV) 측은 과거 케이블TV가 지상파 난시청 해소에 기여한 부분이 있는 만큼 재송신은 단순 수신보조행위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2010년 9월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영방송인 KBS1·EBS를 제외한 다른 지상파방송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고, 2011년 7월20일 서울고등법원은 KBS1·EBS를 제외한 다른 지상파방송의 동시중계방송권 및 저작권 침해책임 면제여부는 저작권법에 따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저작권 이슈가 불거지면서 양측간 협의에 따라 케이블TV 가입자당 재송신 대가(CPS)로 280원을 지급키로 합의했다"면서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지상파측이 CPS 대가를 계속 올리면서, 조건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맞선 케이블TV측과 해묵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사가 바뀌면 판결도 바뀐다?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간 소송은 현재 수 십건에 이른다. 분쟁내용과 상황, 지역적 특수성에 따라 소송이 다르지만 대체로 분쟁의 근본은 같다. 그런데 지난 9월3일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은 지상파재송신은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된 방송사업이며 난시청 해소 등 지상파방송의 공공성 달성에 도움이 된 만큼, 저작권 침해로 발생한 손해와 재송신으로 지상파가 얻은 이익을 비교했을 때 단순손해로 보기 어렵다는 판시다. 이는 지상파방송과 지역민방이 케이블TV 재송신 행위로 인해 일부이익을 얻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2010년·2011년 판결과 2015년 판결이 달랐듯 이후에는 또 다른 판결이 나올 개연성이 있다. 문제를 법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면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 다양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티빙건으로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간 소송이 진행중인데, 담당 재판부가 '울산지법 판결은 기존과 다른 이례적 사건으로 우린 이를 고려치 않겠다'고 발언했다"고 소개, 향후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왼쪽 첫번째)가 지난 13일 한국방송협회 주관 출입기자 스터디 모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핵심이 빠졌다..시청자는 어디에?

 

어느 소송이든 원고와 피고가 존재한다. 이해당사자다. 지상파재송신 분쟁 역시 직접적 소송 당사자는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다. 그런데 여기선 핵심이 빠졌다. 지상파방송사든 케이블TV방송사든 `시청자` 없이 사업연속성을 획득할 수 없다. 즉 양측 분쟁에서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시청자이며, 지금 가장 피해를 보는 측도 시청자다.

 

지상파방송이 저작권법을 내세워 `끝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국민법감정에 반하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지난 14일 지상파방송 중심의 한국방송협회 주관 스터디 모임에 주제발표자로 나온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는 "향후 지상파 재송신료(CPS)가 올라 케이블TV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는 케이블TV가 감당해야 할 문제지 시청자에게 비용을 전가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도는 다르다.  "이제 지상파방송을 돈 내고 봐야 하나"를 걱정하고 있다. 이에대해 해줄 수 있는 말은 '다른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옮겨라' 또는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하면 되지' 정도일 께다. 하지만 진정한 해법은 될 수 없다.  직접 수신하면 방송화질이 문제가 된다. 그것 때문에 굳이 돈 내고 유료방송을 가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지상파는 난시청 해소를 위해 추가적인 주파수를 필요로 하지만, 정부가 주지 않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모든 난시청 문제의 해결의무를 지상파방송에 부여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SBS 담당자도 난시청 원인을 공짜로 주파수를 더 안주는 정부 탓으로 돌렸다. 또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지상파는 공익 보다 사익을 우선 추구함이 옳다고 말했다.  

 

지상파방송사는 통신사와 달리 값비싼 주파수 자원을 공짜로 쓴다. 지상파의 공공성 때문이다. 정부는 양측간 원만한 갈등해결을 위해 협의체를 발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지상파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일단 사적 영역에서 풀어보고 정 안되면 정부분쟁협의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상파재송신은 과거엔 묵시적으로 인정된 사안이고,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상당수 국민들도 '내 집에서 왜 지상파방송이 직접수신 안되느냐' 따지지 않고 조용히 유료방송에 가입했다. 전후 사정과 히스토리를 이해해야 한다. 법은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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