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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규제 사각지대] 제어장치 없는 페이크뉴스

  • 2017.02.02(목) 09:55

②SNS, 미디어 관련법 적용 안받고 정보 유통
"부작용 우려 크다" vs "언론 카르텔 해소 긍정적"

인터넷 보급률 99% 시대. 인터넷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온·오프라인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시장의 힘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법과 관습은 구체적으로 정비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부작용과 그와 관련한 논란을 짚어본다. [편집자] 


30대 직장인 신모씨는 출·퇴근길 페이스북 피드를 통해 공유되는 뉴스를 읽는 것으로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접한다. 기사나 게시글에 달린 베스트 댓글(베댓)들도 함께 챙겨 읽는데, 본문 보다 유용할 때가 적지 않다. 댓글에 담긴 내용에서 더 많은 사실이나 새로운 시각을 얻기도 한다.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에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깊숙이 파고들었다. 누구나 뉴스를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SNS 시대의 도래는 기성 언론 보다 더 신뢰받는 제도권 밖 언론인들을 낳고 있다. 비디오 기반의 SNS 유튜브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가 '정유라 인터뷰'로 여론을 달구는가 하면 기성 언론 보다 더 많은 SNS 팔로워를 보유한 정치평론가들이 정치권 오피니언 리더로 판도를 움직이는 것이다.

이들은 뉴미디어와 기성 언론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음원파일 기반의 SNS 팟캐스트에서 유명세를 탄 이동형 작가는 종합편성채널 등 기성 언론에서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된 팬덤을 형성한 김어준 시사평론가가 지난해 9월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TBS 라디오 프로그램은 이달 MBC 등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치고 청취율 5.4%로 4위에 올랐다.

◇ SNS 뉴스유통 창구…페북 "언론役 인정"

'SNS=페이스북'으로 통할만큼, SNS의 고유명사 격이 된 페이스북은 전 세계 언론계가 주목한 1위 투자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았다. 영국 옥스포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4개국 기업 대표이사(CEO)와 편집위원 등 언론계 오피니언 리더 143명 가운데 78%는 2017년 가장 중요해질 플랫폼 투자 대상으로 페이스북을 꼽았다.

이에 페이스북도 그동안 부인해오던 언론 기능을 인정하고 지난달부터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저널리즘과 뉴스에 대한 대중적 문해능력(literacy) 발달을 돕기 위해 ▲뉴스 생산 콜라보 ▲저널리스트 교육 ▲대중 교육을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 겸 CEO는 "페이스북은 뉴스를 쓰는 전형적인 언론사가 아니지만 단순히 뉴스를 유통하는 것 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한다"며 "대중적 담론 형성에 중요한 일부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 뉴스 소비의 중심추는 페이스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비디오 게시물 조회 수가 2016년 들어 폭증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미 언론사 복스(VOX)를 케이스 스터디한 결과에 따르면 복스사의 페이스북 비디오 조회 수는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1억5000만뷰 가량 늘었다. 웹사이트 페이지뷰 등 나머지는 줄거나 소폭 느는데 그쳤다.



▲2015년~2016년 소스별 콘텐츠 조회수에서 페이스북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늘었다.

/출처: 옥스포드대학교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 '페이크 뉴스' 유통에 법적 제어장치 없어

하지만 이 같은 SNS상 뉴스 유통으로 인해 '페이크 뉴스'(fake news) 등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페이스북 한 유저가 재미삼아 올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선 후보자의 합성 게시물이 거듭된 유포 끝에 기정사실화하면서 보도전문채널에서 사실처럼 보도되는 헤프닝이 일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을 보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오보다.

해외에서는 지난 미국 대선을 거치며 페이크 뉴스를 둘러싼 경각심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 당선에 SNS상으로 유통된 페이크 뉴스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다. 매슈 겐츠코(Matthew Gentzkow) 미 스탠포드대학교 경제학 교수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선을 석달 앞두고 나타난 페이크 뉴스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가 페이스북에서 공유한 것은 3000만건인데 반해 클린턴 지지자는 800만건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이 저널리즘 프로젝트에 돌입한 결정적 계기를 관련 우려에서 찾는 시각이 우세하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연구 결과 언론계 오피니언 리더 143명 중 70%는 페이크 뉴스 관련 우려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뉴스를 가장한 유언비어가 SNS상에서 떠돌아도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SNS 업체는 법적으로 언론사가 아니기 때문에 방송법, 언론중재법 등 미디어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개인의 상업용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의 저작물을 몰래 가져다 쓰는 무단 도용 등 다양한 잡음이 있지만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속수무책이란 지적이 있다.

◇ "개인 힘 커졌다"…SNS 역할 강화론도 

그럼에도 SNS를 중심으로 한 뉴미디어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기성 언론의 카르텔이 깨지고 독자·시청자의 목소리가 담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기성 언론과 뉴미디어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은 연예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크리에이터들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CJ E&M의 다이아TV 채널을 통해 TV로 데뷔하고, 역으로 기 방송인들이 팟캐스트나 유튜브에 진출하는 흐름이다. 코미디언 송은이·김숙 씨가 팟캐스트에서 시작한 방송은 입소문을 타고 SBS 정식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고 코미디언 김기수 씨는 유튜브 뷰티 크리에이터로 변신했다.

이 같은 순기능과 역기능과 관련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책임자는 "인터넷 유사방송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정책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어떠한 방향성이 옳거나 그르다고 단정적으로 제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관계자는 "지역차별이나 여성혐오와 같은 콘텐츠는 불법이 아니라하더라도 인터넷 공간에서 자율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정부에서는 사업자들이 알아서 자정노력을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페이크 뉴스: 아직 정식으로 내려진 사전적 정의는 없지만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에 근거해 쓰인 뉴스'로 특정 정치적 목적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실처럼 표현되는 이야기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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