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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혁신키워드]생활속 불만서 대박을 건지다

  • 2017.05.01(월) 09:00

넷플릭스 CEO, DVD 대여 불편을 수익 모델로
추천시스템·오리지널시리즈 더해 미디어 선도

바야흐로 혁신의 시대다.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거나 차별화 하지 못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전방위 산업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이란 말의 무게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의 혁신 사례를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 "라면 먹을래요?"라고 말하고 있는 여자 주인공. 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이다. [사진=유튜브]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봄날의 간다'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와 같은 명대사를 많이 남겼다. 명대사 가운데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라면 먹을래요?"다.

영화에서 은수(이영애)와 상우(유지태)는 자동차를 함께 타고 은수의 집 근처까지 왔는데, 은수는 "태워다 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남긴 채 차 문을 닫고 떠난다. 잠시 후 다시 차 문이 열리고 은수가 던진 한마디가 "라면 먹을래요?"다.

겉도는 얘기를 더 주고받던 둘 사이는 은수의 "자고 갈래요?"라는 결정적인 대사를 끝으로 사랑에 빠진다.

이런 까닭에 "라면 먹을래요?"라는 16년 전 대사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 전에 쓰이는 유혹의 언어로 꾸준히 패러디되고 있다.

이런 표현을 최근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앤드 칠?(Netflix and chill)'이라고 쓴다.

여기에서 '칠'은  긴장을 풀자는 뜻의 '칠 아웃'(chill out)에서 나온 말인데, '넷플릭스'는 무엇일까?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넷플릭스는 스마트폰, TV, 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으로 영화, 드라마를 이용할 수 있는 OTT(Over The Top) 서비스다.

즉 넷플릭스 앤드 칠은 겉보기엔 영화나 함께 보면서 쉬자는 말인데, 성적인 유혹의 의미가 깊이 깔려있는 말이다. 결국 넷플릭스는 검색한다는 뜻의 '구글링'과 같이 서비스 명칭이 동사(動詞)가 된 셈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3월 말 현재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가입자 1억명을 확보하는 등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1억명에서 만족하는 넷플릭스가 아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최근 "매우 큰 성과이지만 10억명이 쓰는 유튜브나 20억명을 확보한 페이스북을 보면 1억명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어떻게 스트리밍 동영상을 본다는 뜻의 동사 지위에 올랐을까.

헤이스팅스는 지난 1997년 DVD 대여점을 창업했는데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은 이른바 '소비자 불만'이었다.

당시 헤이스팅스는 영화 '아폴로13' DVD를 빌리고 실수로 6주나 연체해 연체료 40달러를 물게 되자 월 정액제 비즈니스 모델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헤이스팅스는 지난 2007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소비자 불만을 줄이고 그곳에서 비롯하는 니즈(욕구)를 충족시켜주면 돈이 되겠다는 어쩌면 매우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사업 아이템은 넷플릭스 사업 대부분에 적용됐고, 넷플릭스발(發) 미디어 혁신의 동력이 됐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최대 비디오 대여 회사로 불리던 블록버스터를 파산에 이르게 했으며, 미디어계의 애플로 불릴 정도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실적도 어마어마하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88억3066만달러(약 9조9700억원)로 전년보다 30.3%나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억7979만달러(4289억원)로 같은 기간 24.2% 늘었다.

 

아직도 그렇지만 당시 대부분 미디어 플랫폼이 편당 이용 대가를 받거나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나온 과감한 실행력이 빚은 결과다.

 

▲ 넷플릭스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왼쪽)와 최고콘텐츠책임자(COO) 테드 사란도스가 작년 6월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특히 넷플릭스가 선보인 대표적인 혁신 모델은 ▲드라마 시리즈 전편 동시 공개 ▲콘텐츠 추천 시스템 ▲자체 제작(오리지널 시리즈) 등이 손꼽힌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만의 영화·드라마 추천 알고리즘은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가입자 수 증가와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가입자들이 보고 싶은 영상을 검색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원할 것 같은 영상을 추천해준다.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시청을 중단한 데이터, 끔찍한 장면에서 중단된 데이터, 특정 배우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많이 본 데이터 등 다양한 시청 행태가 반영된다.

구체적으로 가입자들은 넷플릭스에서 특정 영상을 본 뒤 그것과 비슷한 영상이나 해당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본 다른 영상을 보도록 유도되는데, 이를 통해 넷플릭스에 중독된다는 얘기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두 번, 세 번 계속 소개팅에 데리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그와 연락을 끊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의 콘텐츠 이용 관련 소비자 불만은 줄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에는 개인 맞춤형 추천 기능을 개편, 기존 5점 별점 대신 엄지 아이콘을 이용한 '좋아요·별로예요'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정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면 그것과 비슷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직관적인 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이와 함께 각 콘텐츠 옆에 개인 맞춤형 '% 일치' 점수를 표시해 해당 콘텐츠가 가입자의 취향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숫자로 단번에 파악할 수도 있다. 이에 앞서 콘텐츠 저장 기능도 선보여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영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가입자 시청률 빅데이터를 분석해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었는데, 전 세계에 적용 가능하므로 다양한 국가에 새롭게 진출할 때도 유용하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 가입자를 취향별로 묶은 '글로벌 커뮤니티'를 수천 개 만들고 특정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식이다.

아울러 어떤 콘텐츠를 묶어서 제시해야 가입자들이 더 많이 시청하는지도 실험하고, 그 결과를 서비스에 반영한다.

▲ 넷플릭스 제품혁신 담당 부사장인 카를로스 고메즈 유리베가 '글로벌 커뮤니티'에 보이는 추천영화 리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인이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의 2%에 달한다고 한다. [사진=김동훈 기자]

 

이런 결과로 넷플릭스는 콘텐츠 수급 비용을 장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가령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가입자들이 많다면 한국 제작자와 배우가 만든 영상을 직접 만들어 독점하면 가입자 만족도를 높이고 플랫폼 경쟁력도 더욱 올라간다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각국 미디어 시청자들은 자국 지상파의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의 영화를 전혀 안 봐도 양질의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 즐길 수 있다.

또 이런 드라마를 매주 1~2회씩 내보내며 광고 수익을 버는 여느 지상파 방송과 달리 10화짜리 시리즈를 한꺼번에 공개한다.

지난 2013년 선보인 첫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인 '하우스 오브 카드' 전 세계에서 빅히트를 기록한 뒤 이런 방식을 지속하고 있다.

효과는 분명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는 작년 말 기준 4118만명으로 지난 2014년 1677만명보다 145.5%나 증가했다.

드라마 시리즈를 한꺼번에 푸는 건 영화나 드라마를 휴일이나 밤에 몰아서 보는 '빈지 뷰잉'(binge viewing) 시청 행태를 반영한 조치다. 헤이스팅스를 최근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가입자의 잠과 경쟁한다"고도 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중국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이어서 꾸준히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중국 바이두 자회사이자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아이치이(iQiyi)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류 콘텐츠는 중국 시장 공략에 의미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하는 등 한류 콘텐츠에 대한 구애에 적극적이다.

투자도 엄청난 규모로 진행한다. 넷플릭스는 올해 콘텐츠 투자 비용을 작년 50억달러(약 5조6500억원)에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카를로스 고메즈 유리베 넷플릭스 제품혁신 담당 부사장은 "특정 국가의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 드라마와 프랑스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에 해당한다"며 "그래서 이런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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