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와 세상이 달라져 있는 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가 익숙한 현대인에게 ICT 분야의 급속한 변화가 생소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보편화되지 않은 1960년대 ICT 분야의 성장속도를 예측한 사람이 있다.
인텔의 창업자 고든 무어(Gordon Moore)다. 그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만들었다. 이 법칙은 마이크로칩 성능이 2년마다 2배 씩 증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반드시 2년에 2배 씩 증가해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시일이 흐를수록 ICT분야는 급속도로 성장한다는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어는 52년 전인 1965년 이 법칙을 만든다. 그리고 이 법칙은 인텔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분야에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1971년 공개된 '인텔4004' 프로세서는 불과 740KHz 클럭(CPU 작동 속도)으로 구동됐으나 2017년 판매중인 '인텔 코어 i7-7700K' 프로세서는 무려 4.2GHz 클럭으로 구동된다. 헤르츠(Hz) 단위로 보면 74만Hz에서 42억Hz로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작동 속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같은 단위의 시간이어도 더 많이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성능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무어의 법칙은 고스란히 인텔의 마이크로칩에 적용돼 현재 수준까지 만들었다.
인텔은 철저히 무어의 법칙대로 움직였다. 이 법칙을 만든 무어와 함께 인텔의 세 번째 직원으로 합류한 앤디 그로브(Andy Grove)는 실제로 법칙을 인텔에 적용시키고 진두지휘했다.
메모리(RAM)위주의 사업을 진행하던 인텔은 1970~1980년대 메모리업계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일본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에 진출하면서 사업 철수를 고민한다. 일본 기업들이 메모리 가격을 극단적으로 낮춰 시장점유율을 저돌적으로 높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그로브는 무어를 찾아가 메모리 사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메모리 사업 정리에 나선다. 그로브의 발 빠른 움직임은 마이크로프로세서(CPU)사업의 미래 성장전망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브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1978년 인텔이 개발한 'x86 아키텍처'는 현재 전 세계 서버, 소비자용 컴퓨터의 기본 CPU 구조가 됐을 만큼 인텔은 CPU분야에서 확실한 기반을 잡았다.
1965년부터 반세기동안 인텔을 지배해 온 무어의 법칙은 현재도 유효하다. CPU에만 사업영역을 국한시키지 않고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빠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5G(5세대 이동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인텔은 에너지, 스마트 빌딩, 의료,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부분에 인텔의 IoT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또 IoT의 핵심 통신기반이 될 5G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인텔은 KT와 손잡고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사의 핵심 사업기반인 CPU에도 AI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인텔이 현재 개발 중인 인공지능 프로세서 너바나 NNP는 프로세서 12개와 32GB메모리 등을 서로 연결하는 기술을 접목시켜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고 고도의 심층 연산도 가능하다.
인텔이 뛰어들고 있는 이들 사업 역시 빠른 속도의 변화가 불가피한 분야다. CPU를 넘어서는 인텔의 사업 외연 확장은 반세기를 미리 내다본 무어의 법칙이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