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야, 오늘은 뭐했니?"
"나? 나야 뭐 늘 똑같지. 오늘도 주로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틀었어. 누구야, 너는 오늘 뭐했어?"
"나는 오늘 정신 없었어. 주인님이 음악 듣다가 갑자기 쇼핑리스트 요청해서"
"그랬겠네, 미국에서 온 에코는 요즘 쇼핑을 엄청 한대"
인공지능(AI) 스피커라고 다 똑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임의로 꾸며본 AI스피커 가상대화처럼 각 사별로 주로 활용되는 범위가 다르다.
국내 AI스피커 양대 산맥인 KT의 기가지니(GiGa Genie)와 SK텔레콤의 누구(NUGU). 이들은 모두 기존 음악 감상이나 라디오 청취에 활용되던 스피커 기능을 넘어 음성만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실행해주는 가정내 비서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주된 용도는 사뭇 다르다.
SK텔레콤의 누구는 음악서비스인 멜론과 연계되면서 음악 감상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SK텔레콤이 워드 클라우드(글에서 언급된 핵심 단어를 시각화하는 기법)로 누구가 가장 많이 요청받는 단어들을 자체 분석한 결과 '틀어줘', '노래 ', '들려줘', '음악', '다음곡' 등의 말들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음악 서비스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유는 멜론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멜론은 전체 음악서비스 시장에서 이용자수가 가장 많다, 어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기준 지난 1월 스마트폰 음악 서비스 앱 이용자 수는 멜론이 522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또 멜론이 과거 SK텔레콤의 자회사였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2013년 멜론 서비스업체 로엔이 카카오에 매각되기 전까지 SK텔레콤의 자회사였으며 매각된 현재까지도 SK텔레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 할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멜론과 같은 현상은 쇼핑과 인터넷TV(IPTV) 등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음악 감상에 집중돼 있던 누구는 IPTV인 Btv(SK브로드밴드)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SK플래닛) 등 SK텔레콤 자회사 서비스들과 연계되면서 서비스 이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쇼핑과 IPTV 등 생활편의 서비스 이용 비중은 58%까지 늘었다.
KT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출시한 기가지니를 통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활용한 부분은 IPTV서비스인 올레TV였다. TV활용이 24%를 차지했고 그 다음이 음악 감상(22%) 순이었다. KT는 전략적으로 올레TV 셋톱박스와 기가지니를 묶어 팔면서 출시 5개월 만에 10만대를 돌파했다.
이러한 성장이 가능한데에는 KT가 IPTV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IPTV 시장 점유율 1위는 KT다.
미국 AI스피커 시장점유율(70.6%)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 에코의 성공비결에도 전자상거래가 자리잡고 있다. IT전문 시장조사업체 익스페리언(Experian)은 지난해 에코 사용자의 45.3%가 원하는 제품을 쇼핑리스트에 담는 기능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필재 KT 기가지니사업단장은 "아마존 에코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존이 기반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시장 때문"이라며 "이번 KT의 10만대 돌파도 IPTV와 음악(지니뮤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도 쇼핑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AI스피커를 내놓을 예정이다. 알리바바 쇼핑몰 고객들은 AI스피커를 이용해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알리바바는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이 약 60%에 달하는 독점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AI스피커는 다양한 분야와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자체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가 있다면 AI스피커 시장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