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스피커 시장이 SK텔레콤·KT 2파전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등장으로 4색 대결장이 됐다. 카카오가 저렴한 AI스피커를 내놓는 등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이미 AI스피커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업체들도 각종 할인혜택을 넓히는 양상이다.
◇ 혜택 늘려 고객 끌어 모으자
오는 18일 예약판매에 돌입하는 카카오의 AI스피커 '카카오미니'는 5만9000원이다. 이는 지난해 출시한 SK텔레콤의 누구(14만9000원), 올해 초 등장한 KT의 기가지니(29만9000원)와 비교할 때 저렴한 가격이다. 또 포털 경쟁사인 네이버의 AI스피커 웨이브(15만원)보다도 낮다.
카카오는 저렴한 가격에 AI스피커 구매 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melon) 1년 이용권까지 증정한다. 또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피규어도 함께 얹어주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카오가 각종 혜택과 AI스피커를 결합해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이유는 이미 AI스피커를 내놓은 업체들이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AI스피커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각종 사은품, 혜택과 버무려 최대한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프로모션 전략이 소비자에게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국내에서 AI스피커 누구(지난해 8월 출시)를 출시한 SK텔레콤은 올 8월 기준 누적판매량 15만대를 넘겼다. 국내 AI스피커 사업자 중에서는 판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이동 중에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누구 미니'를 출시했다. 정가가 9만9000원이지만 출시 기념행사로 절반가격인 4만9900원에 내놨다. 누구 미니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 60일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
올해 1월 출시된 KT의 기가지니는 출시 8개월 만에 가입자 20만 명을 돌파했다. 기가지니는 IPTV(인터넷 TV)서비스인 올레TV와 연계해 인공지능TV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현재 KT는 올레TV와 기가인터넷을 동시에 가입하는 고개들에게 기가지니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아예 웨이브 자체를 판매하지 않고 사은품 형태로 내놓았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네이버뮤직 1년 이용권을 구매하면 AI스피커 웨이브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무제한 음악듣기 1년 정기 결제권과 웨이브 스피커를 9만9000원(부가가치세 포함)에 받아볼 수 있다. 웨이브는 판매가 시작된 지 35분 만에 준비된 물량을 모두 소진해 현재는 품절 상태다.
◇ 비슷한 듯 다른 AI스피커들
각 AI스피커는 업체별 특성에 따라 서비스 영역이 조금씩 다르다.
음악서비스는 AI스피커들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멜론 서비스와 연계해 소비자 맞춤형 음악 서비스를 제공한다. KT는 음악서비스 지니뮤직과 연계했다. 네이버는 자사의 네이버뮤직 서비스, 카카오는 멜론과 연계해 음성만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틀고 꺼주는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통신사라는 특성을 활용해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과 누구를 연동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원하는 목적지를 음섬으로 말하면 누구와 연동된 티맵이 사용자와 대화하며 길 안내를 해주는 방식이다.
KT는 IPTV서비스인 올레TV와 연계해 리모콘을 누르지 않아도 TV를 틀고 채널을 변경하고 끄는 서비스를 한다. KT는 IPTV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KT의 올레TV 가입자 수는 작년 말 기준 577만명으로 SK브로드밴드(388만명), LG유플러스(293만명)를 제치고 전체 IPTV 시장 점유율 1위다.
포털업체 네이버는 주특기라 할 수 있는 검색서비스를 AI스피커 웨이브에 녹여냈다. 웨이브에 대고 "베이컨 칼로리는 얼마야?", "경부고속도로 교통상황 어때?"라고 물으면 네이버 검색서비스가 갖고 있는 지식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카카오 미니는 카카오의 통합 인공지능 플랫폼인 '카카오 I(아이)'를 장착했다. 음성인식이 가능한 음성형엔진, 자연어 처리를 하는 대화형 엔진,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추천하는 추천형 엔진 등이 탑재됐다. 또 자사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카카오톡과 연계해 메신지를 확인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AI 스피커 시장 전망'리포트를 통해 "AI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 학습에 따라 성능이 고도화되는 만큼 초기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방대한 검색 정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포털업체와 스마트홈 구축 중심의 통신업체 간의 AI스피커 시장 선정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