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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블루홀, 글로벌 대박 '제대로 터트렸다'

  • 2017.09.07(목) 14:24

'배틀그라운드' 반년만에 천만장 판매기록
입소문 번져…'벤처 1세대' 장병규 존재감

100명의 게임 이용자가 일제히 낙하산을 타고 고립된 섬에 착륙한다. 마지막 생존자 한명이 남을 때까지 무기와 탈 것을 활용해 사투를 벌인다. 이용자는 한번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다. 최종 승자가 누가될 지 지켜보거나 그 판을 아예 나가야 한다. 서바이벌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자기가 언제 어떤 식으로 공격을 당할 지 모른다는 숨막히는 긴장감이 감돈다. 
 


요즘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온라인 PC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얘기다. 이 게임은 생존 싸움을 벌이는 내용의 영화 '배틀로얄'처럼 남이 죽어야 자신이 살아 남는 독특한 플레이 방식이 눈길을 끈다.

보통 게임에선 비싼 아이템을 보유한 이용자가 유리하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에선 '아이템빨'이 전혀 안통한다. 살아남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죽어 나가는 다른 이들을 보면서 자신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집중하게 된다. 요즘 말로 '심장 쫄깃함'이 이 게임의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다. 
 
블루홀이 내놓은 배틀그라운드는 올 3월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해 유료 테스트 버전(Early Acces, 얼리억세스)으로 먼저 출시된 이후 세계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이 게임은 최근 출시 6개월만에 패키지 판매량 1000만장, 13주만에 누적 매출 1억달러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배틀그라운드는 돈을 내고 게임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다운로드해 즐기는 이른바 온라인 패키지 판매 방식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최근 스팀에서 동시접속자 수 97만명을 넘으며 인기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와 '도타2(DOTA2)'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글로벌 게임 생중계 플랫폼인 트위치에선 동시시청자수 50만명을 돌파하며 전체 게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트위치에선 하스스톤(Hearth Stone)과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 등 쟁쟁한 인기작들을 모두 제쳤다.

이 외 스팀에서 얼리억세스 최단기간 100만장 판매 달성 등 신기록이 손에 꼽을 수 없다. 한국 게임이 글로벌 플랫폼 스팀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 배틀그라운드 스크린샷.


배틀그라운드는 국내서도 화제를 몰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PC방 동시접속자 순위(게임트릭스 집계) 2위까지 파죽지세로 올랐다.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 등 외산 게임들이 휩쓸고 있는 국내 PC방 인기게임 순위에 국산이 상위권까지 오른 것은 드문 일이다. 

 

아울러 정식 서비스하지도 않은 게임이 PC방 순위 상위권에 오른 것은 배틀그라운드가 처음이다. 국내에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유통)을 맡아 올 하반기 정식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 게임은 블루홀이 세계최대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직접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출시 이후 이렇다 할 마케팅 활동이 없었으며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흥행 바람을 탔다. 요즘 게이머 사이에서 '핫(hot)'하다는 실시간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배틀그라운드가 기대 이상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블루홀에 관심이 모인다. PC온라인게임 '테라'로 유명한 블루홀(옛 블루홀스튜디오)은 네오위즈를 창업한 벤처 1세대 기업인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고문(옛 대표)이 지난 2007년 창업한 개발사다.
장병규 고문이 블루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최대주주로서 28.23%(지난 6월말 보통주 기준)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블루홀은 설립 이후 블록버스터급 대작 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TERA)’를 개발하다 2011년 1월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으로 일본과 유럽, 북미, 대만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테라는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조만간 넷마블게임즈가 모바일 버전(테라 M)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테라를 빼면 블루홀은 게임 업계에서 그동안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배틀그라운드가 대박을 터트리기 전까지 주로 게임 개발력을 키우는데 역량을 모아왔다. 

 

블루홀은 테라 같은 정통 온라인 MMORPG를 전공으로 한다. 이 회사는 개발력을 더욱 끌어 올리고 PC 뿐만 아니라 모바일과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유망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배틀그라운드도 블루홀이 지난 2015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블루홀지노게임즈(당시 지노게임즈)의 작품이다. 블루홀은 당시 지노게임즈를 비롯해 스콜과 피닉스게임즈, 마우이게임즈 4곳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블루홀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블루홀지노게임즈를 지난 7월 흡수합병할 계획이었으나 회사를 하나로 합치는 것보다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사업성을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 합병을 철회한 바 있다.

 

아울러 당장 기업공개(IPO)에 나서기 보다 게임 사업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유망 개발사 인수합병(M&A)이나 투자를 벌이면서 개발사로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블루홀의 올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6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32억원)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은 60억원으로 전년 동기 15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하는 등 재무실적이 좋지 않다. 다만 100% 자회사인 블루홀지노게임즈의 연결 실적이 올 하반기에 반영되면 매출 확대는 물론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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