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온라인 뉴스 유통 플랫폼인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의 댓글 조작 의혹이 커지자 이례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네이버는 뉴스 편집 및 배치를 비롯해 실시간 검색어 등에서 끊임없이 조작 의혹에 휘말려왔으며 그때마다 자체 조사 및 조치를 취하거나 제 3의 기관에 검증을 받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그만큼 네이버 스스로 의혹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9일 특정 정치 관련 뉴스 댓글의 추천 및 비추천 수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증가한다는 네티즌 의혹이 이어지자 분당경찰서에 의혹을 조사해 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네이버가 뉴스 댓글 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웹사이트에는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뉴스 댓글 가운데 조작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선 자동 댓글 작성프로그램으로 추정되는 비정상적인 댓글 및 추천 현상과 네이버 내부의 도움이 있다고 의심되는 현상이 있다는 지적도 담겨 있다. 현재 이 게시물에는 3만6000명의 네티즌이 청원에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네이버가 뉴스 댓글 조작 의혹 등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 대표 검색포털이자 온라인 뉴스 유통 플랫폼의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는 잊을만 하면 뉴스 편집 및 배치나 실시간검색어 조작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네이버는 뉴스 노출 방식을 바꾼다거나 외부 기관에 검증에 맡기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이른바 '안철수 룸살롱' 실시간검색어 논란을 계기로 의혹이 확산되자 네이버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인터넷 기업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를 통한 검증 노력을 벌여왔다.
그럼에도 의혹은 쉽게 걷히지 않았고 최근엔 네이버가 특정 검색어를 일부로 제외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네이버가 '스포츠 뉴스 재배열 청탁 사건' 등을 계기로 스스로 신뢰성을 잃은 것도 크지만 갈수록 네이버 뉴스의 영향력이 커짐에도 투명하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한 외부 검증 시스템이 없었던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문제가 없다고 한들 지금의 상황에선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라며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결국 수사 기관에 판단을 구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체 조사 결과 자동 댓글작성 프로그램이나 특정 집단이 행동에 나선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다만 이 같은 의혹을 받을 때마다 경찰 수사를 받는다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경찰 수사라는 이례적 대응에 나선 것은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네이버를 규제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한쪽 진영에서 포털을 규제하자고 하면 다른 쪽에서 반대한다"면서 "최근엔 여야 모두 포털을 비판하고 있어 전문적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기존에도 수위 높은 조작 의혹이 많았으나 이번엔 국회에서 특정 스탠스를 갖고 있다는 게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조사해봐야 아무도 안 믿을 테니 제3자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히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며 "네이버가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매크로 공격을 차단하면 외부에선 알고리즘 조작으로 볼 수도 있으니 아예 외부에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