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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AI]⑦19금 인공지능 나온다

  • 2018.03.07(수) 14:11

인간보다 매력적인 AI가 사람을 속여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융·자본시장·산업현장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파고 들었죠.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했던 AI가 현실화 된 느낌입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사이보그, 로봇전사까지는 아직 먼 얘기같지만 지금의 변화속도라면 머지 않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속 AI와 현실에서 구현된 AI를 살펴보면서 미래의 모습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는 세계 최대 검색 엔진 블루북에서 일하는 개발자 칼렙(도널 글리슨)이 회사 창업자 네이든(오스카 아이삭)의 비밀 연구소에서 여성 인공지능(AI) 로봇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를 상대로 튜링 테스트에 나서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튜링 테스트는 컴퓨터와 대화하며 그것이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판별하는 실험을 뜻합니다. 인공지능의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앨런 튜링이 무려 1950년 무렵 제안한 것이죠.

인공지능의 반응을 사람의 반응과 구별할 수 없다면, 인공지능이 사람과 유사하게 사고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영화 속으로 들어갑니다.

◇ 사람보다 매력적인 로봇

튜링 테스트는 시험의 대상이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모르는 상태로 해야 하지만 칼렙과 네이든은 그것이 인공지능인지 아는 상태로 진행합니다. 인공지능인지 알면서도 사람 같다고 느낀다면 기가 막히게 고안한 로봇이겠지요.

사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에서 보면, 에이바는 알리시아 비칸데르라는 사람 배우라는 걸 알면서 인공지능이라고 느끼라는 게 영화 감독의 기획이란 점은 좀 아쉽습니다.

어쨌든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는 참 매력적인 이성의 모습을 갖춰 칼렙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데요. 로봇을 상대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에이바는 곳곳에 CCTV가 설치된 비밀 연구소에 정전을 일으켜 외부 시선을 차단하고 단 둘만 있는 상태를 만든 다음 "네이든을 믿지마"라고 속삭이며 칼렙의 흔들어 버립니다.

네이든은 에이바 외에도 다른 여성 로봇을 다수 만들어 놓고 단순한 기계 또는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대상 정도로 대접하는데요. 칼렙의 시선에서 네이든은 회사 창업자나 로봇 연구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는 '나쁜놈'이 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칼렙은 네이든이 만든 로봇들이 단순한 컴퓨터와 기계의 조합이 아니라 자아를 가지고 있고, 비밀 연구소에 갇혀 실험 대상이 된 사실을 심각하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갈등에 빠집니다.

사람과 같은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을 보면서 칼렙 자신도 사람이 아니라 실험 대상일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결국 칼렙은 비밀 연구소를 떠나 자유를 찾고 싶어 하는 에이바를 돕게 됩니다.

하지만 에이바는 네이든을 죽이고 칼렙도 비밀 연구소에 가둔 뒤 혼자 탈출하는데요. 자신만의 자유를 찾기 위해 네이든을 속인 것이죠. 고도의 지능을 갖춘 인공지능은 인간을 배신하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꿈꾸게 될까요.

 

▲ 인공지능(AI) 로봇 에이바. [사진=네이버 영화]


◇ 빅데이터는 내 취향을 알고 있다

칼렙은 어떻게 속게 됐을까. 비밀은 개인정보와 빅데이터에 있습니다.

검색엔진의 창업자 네이든은 칼렙의 인터넷 검색 정보 등을 바탕으로 이상형을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카메라를 해킹해 매력적인 에이바의 표정을 만들 수 있었다고도 하고요. 개인정보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고의 이상형 로봇을 만든 셈이죠. 


네이든은 이동통신사들도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냐며 불법성에 개의치 않는데요. 현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전방위적인 개인정보 수집 행위에 대한 지적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최초 설치할 때 위치, 사진, 주소록, 카메라 등 다양한 개인정보 접근을 허용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많지요.

이런 접근 권한을 허용하면 앱 회사는 내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먹었으며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정보를 가득 모아 분석하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겠죠.

구글, 네이버에서 입력하는 검색어 정보도 수집해 추려보면 요즘 어떤 사안이 가장 인기 있는지, 특정 개인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으니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음성통화 데이터도 마찬가지죠.

 

검색어 입력과 웹사이트·사진 클릭 과정 등 행동을 분석하면 단순히 '어떤' 것에 관심 있는지는 물론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설명해줍니다. 

 

최근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SK텔레콤이 인기 걸그룹의 멤버를 홀로그램으로 만든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보였는데요. 걸그룹 멤버와 똑같이 생긴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이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형 홀로그램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지요.

 

▲ 영화 엑스 마키나의 주인공 네이든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영화 엑스 마키나 캡쳐]


영화에서 칼렙은 "내 야동(야한 동영상) 파일로 에이바 얼굴을 디자인했냐"며 소리치는데요.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한 것에 분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발적으로 인공지능 회사에 찾아가 네이버 검색, 카카오톡 대화 등 내 개인정보를 모두 줄 테니 이상형 로봇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경우도 나올까요. 그보단 사랑에 빠지는 대상이 사람이든 로봇이든 공과 사를 구분하는 개발자를 찾아야 하는 걸까요.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지만 야한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PC 웹이 그랬듯 인공지능도 성적 수단으로서 빠른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점을 영화는 은근히 보여준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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