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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AI]⑬1분을 1년처럼 살 수 있다면

  • 2018.05.20(일) 15:00

뇌에 소프트웨어 넣어 가상현실 체험
진보되는 기술의 명암 꼼꼼히 살펴야

▲ 영화 아더라이프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융, 자본시장, 산업현장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파고 들었죠.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했던 AI가 현실화 된 느낌입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사이보그, 로봇전사까지는 아직 먼 얘기같지만 지금의 변화속도라면 머지 않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속 AI와 현실에서 구현된 AI를 살펴보면서 미래의 모습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영화 '아더라이프'(OtherLife, 2017년작)는 일종의 인공기억 소프트웨어를 뇌에 주입해 가상현실(VR)을 실감나게 경험하는 기술의 절정을 다뤘습니다. 영화는 이런 아이디어만으로 대단히 흥미롭고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에 자세한 줄거리는 최대한 쓰지 않겠습니다.

 

기술의 이용 방식은 이렇습니다. 안약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눈에 넣으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기억이 주입돼 실제 같은 다양한 체험을 오랜 시간 할 수 있는 것이죠.

 

현실 시간은 겨우 1분인데 가상현실에선 무려 1년 동안 스카이다이빙, 스노보드, 스노클링 같은 격렬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으니 누구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겠군요. 최근 등장하는 가상현실 서비스의 장점이 이런 것입니다. 상상력을 확장하면 점심을 먹고 나른할 때 1년 정도 유럽 여행을 떠날 수 있겠죠.

 

단순한 시뮬레이션이나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애플리케이션(앱)과 같이 뇌에 기억을 입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스포츠나 여가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학습, 훈련, 재활치료 등에 활용될 수 있겠죠. 만화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개념인 '정신과 시간의 방' 같은 공간에 들어가 엄청난 시간 동안 수련을 하고 무술의 고수가 된 뒤 돌아와도 현실 세계의 시간은 거의 그대로인 겁니다. 

 


 부작용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입된 기억을 체험하는 동안 가상의 세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죠. 가령 주입한 기억에 버그가 생기는 바람에 스노클링을 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그것이 실제 사고인 줄 알고 현실에서도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겠죠.  


오남용 가능성도 제시됩니다.

 

영화에선 각국의 교정당국이 이 기술을 쓰려고 하는데요. 여행, 스포츠 등 경험을 확장해주는 것과 달리 경험을 극도로 제한하는 감옥에 갇히는 체험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죄수는 현실의 1분이 지나는 동안 기억 속에서 365일에 걸쳐 감옥에 갇히는데, 기간은 계속 연장할 수 있습니다. 죄수를 무한의 감옥에 가둘 수 있으니 무시무시한 기술 같습니다.

 

더욱 무서운 점은 가상의 감옥에 갇힌 죄수는 현실의 사람들과 소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 프로그래밍된 기억에 가족 면회, 변호사 접견, 모범적으로 생활하면 조기 출소하는 시나리오가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현실에선 시간이 별로 안 흐르니 심각성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아무도 없는 기억 속에서 365일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영화에서도 이런 상황을 엿보게 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처럼 뇌 속에서 하는 가상의 체험은 혼자 하는 고립된 기억에 그치는 한계도 보여줍니다. 물론 혼자여도 괜찮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여럿이서 경험하는 기술이라면 또 다른 양상이 될 수도 있겠죠.

 


다만 기억에 갇힌 사람이 의식을 주도해 소프트웨어가 만든 가상현실을 파괴하고 탈출할 가능성 또한 영화는 보여줍니다.

영화 주인공 '렌'은 이런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 스타트업 '아더라이프'의 공동 창업자이자 특허 소유자인데요. 

 

렌이 각국 정부에 감옥 체험 프로그램을 팔아서 사업을 키우려는 다른 공동 창업자에 반발하며 심각하게 갈등하는 장면을 보면, 매우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 가능한 혁신적인 기술의 경우 창업자들끼리도 의사결정 구조나 사업 관련 계약서를 자세하게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같은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곳에서 설득 작업을 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영화 속 정부 관계자는 "문헌을 읽어봤는데 분류하기 까다롭다"고 지적하는데요.

 

이 기술이 약물인지 소프트웨어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겁니다. 가상현실이 너무 흥미진진하다면, 거기에서만 살려고 하는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아울러 이 장면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어떤 정부 부처 소관인지 혼란을 겪는 요즘 현실과도 유사해 흥미로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암호화폐)인데요. 법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서로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은 사례가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각광받듯 기술이 뇌를 직접 건드리는 날이 점점 다가오는데요. 뇌를 조작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상상해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1분이 1년 같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가상현실이 현실보다 낫다면 그곳에서 살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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