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수면유도제 '멜라토닌' 성분 품목들이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 수면장애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다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제일약품, 휴온스, 에이치엘비제약이 멜라토닌 품목을 잇따라 허가받았다. 이들 품목을 포함해 국내 허가받은 멜라토닌 품목은 총 30개(유효기간 만료 및 허가취하 제외)다.
불법 해외 직구·다수 제네릭 출시로 시장 과열
멜라토닌은 뇌 중간에 위치한 송과선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수면-각성 리듬과 일상적·계절적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향정신성 수면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환각, 피해망상, 인지장애 등 부작용 위험이 크지만 멜라토닌 제품은 천연 호르몬 성분이어서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미국,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다수 해외 국가에서는 멜라토닌 성분 제제가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인터넷이나 H&B(헬스앤뷰티)스토어, 상점 등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벨기에,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저용량에 한해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14년 건일제약이 '서카딘서방정2mg'을 전문의약품으로 첫 허가받은 이후부터 현재까지 용량과 관계 없이 멜라토닌 성분은 반드시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야 구입이 가능하다.
이에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불법 해외 직구가 만연해 업계는 지속적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월 해외 직구 품목 50건을 검사한 결과 멜라토닌 성분 등이 검출된 제품의 국내 반입을 차단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정부 감시에도 불구하고 불법 해외 직구는 여전히 활기를 치고 있다. 멜라토닌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2조1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불법 해외 직구 등의 영향으로 국내 시장 규모는 1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또 서카딘은 다수 제네릭이 출시돼 처방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하다. 서카딘은 건일제약이 자체 개발한 신약이 아니라 해외 제약사가 개발해 수입하는 제품이다. 수입 신약은 6년간, 신규 효능·효과를 추가한 수입 개량신약은 4년간 임상 자료가 보호돼 제네릭 출시가 불가능한데 서카딘은 2020년 6월 자료보호 기간이 만료됐다.
수면장애 환자 증가·비급여로 비싼 약가 '시장 후끈'
국내 시장 규모 대비 과열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들의 멜라토닌 시장 진출이 잇따르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수면장애 환자가 증가하면서 시장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면장애 환자는 2018년 85만 5025명에서 2022년 109만 8819명으로 5년간 28.5% 증가하는 등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다른 의약품 보다 비싸게 팔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보험급여가 적용되면 환자 부담이 낮아져 처방률은 높아지지만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낮은 약가를 받을 수 있고 지속적인 약가인하로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가장 흔히 처방되는 향정신성 수면제인 졸피뎀과 트리아졸람 성분 의약품은 정당 가격이 100원대 수준인 반면 멜라토닌의 경우 500~1000원으로 같은 성분 및 용량임에도 가격이 훨씬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카페인 섭취와 불규칙한 생활패턴, 스트레스 등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 관련 의약품 시장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멜라토닌은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전문가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