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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회사' 인수에 곳간 연 애경산업

  • 2025.04.22(화) 07:20

애경산업, 123억원 들여 에이텍세종 인수
지분 50% 채형석 등 그룹 오너일가 보유
내부거래 해소 목적…몸집 불리기 시각도

그래픽=비즈워치

오너 지분 50%인데...

애경산업이 애경그룹 오너 일가의 회사인 '에이텍세종'을 인수했다. 에이텍세종은 애경산업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50%가 넘어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돼온 곳이다. 애경그룹이 애경산업 매각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내부거래 해소와 오너일가 지원에 애경산업 자산을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경산업은 지난 18일 에이텍세종의 지분 100%(2만4950주)를 123억원에 장외 취득했다. 이번 인수로 에이텍세종은 애경산업의 100% 자회사가 된다. 회사 측은 이번 인수에 대해 "수직계열화 체제 구축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및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번 거래가 눈길을 끄는 점은 에이텍세종의 지분 절반을 애경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어서다. 에이텍세종의 최대주주는 지분 50%를 보유한 윤광호 에이텍·에이텍세종 대표다.

하지만 나머지 50%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0.1%)과 그 아들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28.7%),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17.9%),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3.3%)가 보유하고 있다. 에이텍세종은 사실상 애경그룹 오너일가의 가족 회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에이텍세종은 지속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아왔다. 오너일가 가족 회사이면서 애경산업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50%가 넘는다.

'일감 몰아주기' 피해라

에이텍세종은 2021년 에이텍으로부터 단순 인적분할로 설립됐다. 에이텍(옛 성우산업)은 애경그룹이 1982년 산업·가정용 플라스틱 제품 제조·판매 및 화장품 제조·판매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다.

에이텍의 지분 역시 윤광호 대표가 50%를, 나머지 50%를 장영신 회장과 채형석 총괄부회장, 채동석 부회장, 채승석 전 대표 등 애경그룹 오너일가가 들고 있다. 이들 오너는 에이텍의 경영에도 참여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1998년부터 2009년 초까지 이 회사의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채승석 전 대표도 2004년부터 2020년 초까지 이 회사의 사내이사로 일했다.

문제는 2019년 애경그룹이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부터다. 에이텍은 화장품 및 생활용품 기업인 애경산업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대부분의 매출을 내는 회사다. 2010년대 초반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80%가 넘기기까지 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루 에이텍은 내부거래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왔지만 2019년 애경산업으로부터 낸 매출(405억원)이 여전히 연간 매출(760억원)의 53%에 달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회사 중 동일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20%가 넘는 경우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 이상 혹은 총 매출의 12%를 넘겨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에이텍은 2021년 포장용플라스틱 성형용기 사업부를 독립법인 에이텍세종으로 분할했다. 이후 에이텍이 애경그룹으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2021년 181억원  △2022년 79억원 △2023년 72억원 △2024년 7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분할 설립된 에이텍세종의 내부거래 금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에이텍세종이 애경산업으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2022년 91억원 △2023년 93억원 △2024년 106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 기간 에이텍세종의 연간 매출이 160억~180억원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애경산업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현금 절반 쓴 애경산업

하지만 이번에 애경산업이 에이텍세종을 인수하게 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또 오너일가 역시 약 61억원의 현금을 쥐게 됐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35억원을, 채동석 부회장과 채승석 전 대표는 각각 22억원, 4억원의 현금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에이텍세종을 외부에 매각하기보다 애경산업이 사들이는 방법을 택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룹 리스크 해소와 오너일가 현금 취득에 애경산업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앞서 애경그룹은 2021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해 에이텍의 자회사 애경피앤티를 외부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애경피앤티 역시 에이텍이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채형석 총괄부회장(40%)과 장영신 회장의 사위인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10%) 등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애경그룹은 이번에는 외부 매각 대신 매각을 앞둔 애경산업의 자산을 활용했다. 실제로 애경산업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233억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오너 일가는 이번 에이텍세종 인수에 그 절반을 사용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애경그룹이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알짜' 자회사를 애경산업에 붙여 몸값 올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에이텍세종은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 용기 분야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애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인수하게 된 것"이라며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에이텍세종 인수를 검토해왔기 때문에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회사 매각 검토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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