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참여 여부를 저울질 하는 협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가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달갑지 않다.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 삼아 교역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가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24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나 통상 협의에 나서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에 나설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미국 측이 우리나라를 콕 집어 요청했던 방산 및 조선,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협의 등이 중요 안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스 업계에서 주시하는 부분은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가 어떠한 방향으로 논의되느냐다.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 베이에서 LNG를 채굴, 1300km 떨어진 앵커리지까지 옮겨 이를 해외로 수출하는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력하게 추진 중으로 최소 430억달러(60조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규모다.
미국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낸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꼽힌다. 관련 사업에는 LNG관련 비즈니스 능력, 조선업 및 철강 경쟁력 등이 요구되는데 이를 모두 갖추고 있는 국가는 드물다. 게다가 미국 알래스카에서 채굴한 LNG를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태평양을 연안으로 둔 한국과의 협의가 전략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국내 에너지 업계는 마냥 반기기 힘든 상태다. SK이노베이션 E&S,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대표적이다. 막대한 투자금을 들이더라도 LNG 자체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어 자칫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LNG 가격은 현 수준보다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카타르, 호주 등도 중요 전략자산으로 꼽으면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LNG 생산량은 약 4억1400만톤으로 오는 2030년까지 많게는 40%이상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NG 공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가격 하락 시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되는 LNG를 아시아 국가들이 주로 소비해 줘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는 카타르에서 더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어 알래스카 생산분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라며 "사업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점이 판단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최대한 신중한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협상에서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90일의 유예기간이 부여된 관세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관세를 무기 삼아 우리나라의 기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거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선 에너지 패권 경쟁을 위해 이번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해서 이번 통상 협의 안건으로 높게 점쳐진다"며 "정부 역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방위적인 협력을 약속하기 보다는 철강 등 일부 분야에서만 사업 초기 프로젝트 우선 참여를 제안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LNG 생산 등이 실제로 이뤄지는 시점의 투자를 확답하기 보다 초기 인프라 구축 정도에 우선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먼저 나서는 것도 방법이란 논리다.
이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전방위적인 사업 참여 의사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수익성을 따져보고 단계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이 최선이라고 본다"라며 "이는 관세 협상에서 좋은 카드가 될 수 있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