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올 1분기(1~3월)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관련 은행주들이 시들한 모습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조치로 환율·건전성 등 리크스 관리에 더해 금융당국 정책 협조까지 떠안아서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주가 배당주로 분류되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분기 실적 좋은데 주가는 왜?
15일 금융권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의 전날 주가는 7만6100원으로 연초(1월2일) 8만3400원 대비 8.75%(7300원)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연초 주가 5만3600원에서 4월15일 기준 6만6200원으로 23.5%(1만2600원) 상승했었지만, 올해는 하락했다.
신한지주의 경우 올 초 4만7750원이었던 주가가 전날 4만6250원으로 3.14%(1500원) 내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주가 상승률은 7.11%(2800원)였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마찬가지다. 전날 하나금융 주가는 5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초(5만6800원) 대비 2.11%(1200원)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주가 상승률 29.43%(1만2600원)를 크게 하회한다.
유일하게 반등한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올 초 1만5290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1만6030원으로 4.83%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폭(5.6%)과 유사한 흐름이다. 금융당국의 ABL·동양생명 인수 승인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 대비 주가 수준은 가장 낮다.
이달 말 금융지주사들은 올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가 석 달간 번 합산 예상 지배주주순이익은 4조8013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합산 역대 최대치였던 2023년 1분기(4조8323억원) 실적에 버금간다.
홈플러스 사태 충당금 적립, 고환율, 희망퇴직 비용 이연 등 비우호적인 환경에서도 1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2분기(4~6월)부터는 마냥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전반적인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관련기사 : ELS 털고 이자이익 얻고…금융지주 1분기 '호호'(4월14일)
널뛰기 장세가 펼쳐지며 지주사들도 진땀을 빼게 됐다. 은행은 외환 거래 등에서 헤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일반적인 영업에선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은행 외화자산·부채 평가액을 출렁이게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비율, 보통주자본(CET1)비율 등 자본비율에 영향을 준다.
'미 관세폭탄' 환율 불안…관련 기업 지원 부담까지
이 과정에서 대출을 내준 수출입 기업들의 외화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경우 부실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 이미 은행권은 미국 관세조치와 관련한 기업대출 채권에 대한 업종·차주별 영향 분석에 돌입했다. 관세 영향도에 따라 고위험·중위험·저위험으로 나눠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잠재부실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합산 36조원 규모의 기업 지원을 결정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 대출을 내주고 특별금리우대를 제공하는 식이다.
당장 급한불을 꺼야 한다는 판단이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금융지원' 주문도 만만찮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은 CET1 관리에 재차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은행 입장에선 실적과 건전성이 흔들리는 와중에 당국 기조에 맞춰 기업에 돈을 풀어야 하는 것이다.▷관련기사 : 미 관세 타격 기업 지원하는데…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에 한숨(4월14일)·미 수출액 10% 하락 '충격파 막아라'…은행권, 기업 긴급지원(4월7일)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주초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자 은행주도 큰폭 하락했다"며 "지주사들이 관세전쟁 대응을 위해 기업들에 수조원씩의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공익 역할 확대에 대한 우려까지 부각되며 은행주들의 하락 폭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당국이 건전성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 하향 조정 등 은행 자본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경기 민감주인 은행주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에 대한 목표주가를 10% 내외로 하향 조정했다"며 "이는 올해 이익 전망 하향 조정과 더불어 최근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를 일부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