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장미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당 경선 후보들이 내세운 금융정책이 시선을 끈다. 부동산 대출 관련 청년층 등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모든 성인에게 일정 한도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법정 최고금리 수준을 낮추는 등 선심성 정책들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데다 면밀한 분석 없이 쏟아내는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청년에 한정한 LTV 규제 완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LTV에 더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없애고 관련 정책을 시장 자율에 맡기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진 않았지만 3년 전 대선 후보 시절 청년 대상 LTV 한도를 90%까지 상향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대선에서도 비슷한 공약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LTV와 DTI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적용하는 대표적인 대출 한도 기준이다. LTV는 집값 대비 대출 가능 비율을, DTI는 차주의 연간 총소득 대비 연간 부채 상환액 비율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현행 LTV를 기본 70%, 최대 80%(생애최초구입자)로 규제하고 있다. 유주택자는 30%를 적용받는다. DTI 기본 규제 비율은 60%다. 투기지역 등 규제지역엔 40%가 적용된다. 이런 이유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지 않은 이들의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각 당 경선 후보들이 이를 크게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2위 수준인 우리나라 상황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우려한다. 전반적인 가계부채 급증은 물론 집값 불안까지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면 철폐의 경우 자칫 대출자가 감당 못하는 리스크가 커질 수 있으며 부동산 가격 하락 시 도미노 붕괴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청년이라는 특정 연령층에게만 적용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이런 정책은 실효성이 낮을 뿐 아니라 결국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은행권을 '초긴장' 시키고 있는 건 이 후보의 기본금융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 누구에게나 1000만원을 연 3% 금리로 빌려주는 기본대출이 핵심인데 이번에도 이 후보가 이를 밀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의 경제책사인 이한주 민주연구원장도 기본대출을 이번 선거에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될 경우 이 같은 방식의 정책 대출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실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은행 몫이 될 공산이 크다.▷관련기사 : '은행 종노릇 발언' 윤 정부 막 내렸는데…은행권 표정은(4월7일)
이미 민주당은 가산금리 산정 시 예금보험료 등을 포함하지 않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신속처리법안(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입법 속도를 내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최장 180일)와 본회의 심사(최장 60일)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관련기사 : 패스트트랙 탄 '은행법 개정안'…대출 가산금리 낮출까(4월21일)
이 후보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은 서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의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책 부작용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0%로 인하할 당시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대부업체들의 대출 중단으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정 금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경제적 분석 없이 단순히 낮추겠다는 식의 접근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금리는 경제와 계량의 영역에 속한 문제이며 사전 인하를 공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