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여야 대선경선후보들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개정 추진과 이사의 배임행위에 대해 증거확보를 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아울러 자사주 소각, 밸류업 공시 의무화 등 주요 자본시장 과제도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자본시장 7가지 제언'을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차기 정부는 저출산 문제와 맞먹을 정도의 재앙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슈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상장기업들은 기업가치를 키우기 보단 지배주주가 원하는 대로 사세를 키우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자본시장에서 일반주주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지배주주, 경영진, 이사회 모두 자본비용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20~30대 청년들은 한국기업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계좌개설 시점부터 미국주식으로 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거버넌스포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등 야권 대선주자들과 여당인 국민의힘 여권 대선주자들에게 7가지 자본시장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먼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개정안 추진과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다.
상법개정안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했고 지난 17일 국회는 다시 상법 개정안 재표결을 의결했지만 의결정족수 200석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이남우 회장은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라며 "비상장법인 및 스타트업의 거버넌스 문제도 심각해 정공법인 상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사의 배임 행위에 대해 민사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도 요구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민사소송 당사자가 재판이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상대방에게 증거자료를 강제로 요구하고 확보할 수 있는 제도다. 가령 특정 상장사에서 이사의 배임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배임행위를 한 이사에게 증거를 직접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남우 회장은 "미국은 디스커버리 제도 덕분에 일반인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기업의 내부 문서 등을 강제로 제출받아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나왔다. 거버넌스포럼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한국 자본시장 행태를 지적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사주는 즉시 소각하고 향후 매입한 것은 3개월 내 의무 소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남우 회장은 "SK㈜는 무려 발행주식의 25%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며 "임직원 주식보상 등 투명한 사용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괄 소각하는 것이 일반주주 입장에서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거버넌스포럼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및 세율 인하 △자회사 상장 원칙적 금지 및 중복상장된 자회사의 주식을 모회사 주주들에게 비례적으로 현물 배분 △집중투표제 의무화 △밸류업 계획 발표 및 실천, 모든 상장기업에 의무화를 제안했다.
이남우 회장은 "실제 밸류업 정책 이후 우리나라 주가는 오히려 더 빠졌다"며 "금융당국의 정책은 오히려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 취지는 좋았지만 한국거래소 등의 추진력이 부족했고 주요 기업들도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밸류업 주체는 이사회"라며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자본비용, 자본수익률, 밸류에이션 등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수립해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