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40억원에 달하는 높은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됐던 솔루엠이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솔루엠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전성호 대표이사가 직접 211억원에 달하는 자기주식을 회사로부터 매수하기로 한 것이다. 대표이사가 본인 돈으로 회사에 운영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셈이다. 아울러 전환가 조정이 없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1400억원어치를 발행해 추가 투자 재원에 쓰기로 했다. 상장 이후 처음으로 배당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솔루엠은 100만주의 자사주도 소각한 바 있다. 이처럼 상장이래 첫 주주환원정책을 내놓고 주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펼치면서 향후 솔루엠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솔루엠은 21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2025 솔루엠 비전 선포식을 열고 창립 10주년을 맞아 회사 성장전략과 주주환원 정책, 향후 투자계획 등을 주주들에게 공개했다. 이익 내고 있지만 주가는 신통치 않아
이 자리에서 전성호 솔루엠 대표이사는 "저희가 무엇을 준비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할 지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솔루엠은 삼성전기에서 분사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지난해 매출 및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하며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실적부진 원인을 진단하고 단일 제조에서 벗어나 체질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솔루엠은 지난 2015년 설립해 202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전자기기 부품 연구개발 및 제조업체다. 삼성전기의 튜너·전자식 가격표시기(ESL) 사업부를 분사해 설립됐다. TV에 들어가는 파워모듈, 3IN1보드, 모바일용 어댑터, 전자 가격표시기(ESL) 등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 멕시코, 인도 등에 공장을 세워 부품을 만든다.
업력 10년, 상장한 지는 이제 4년 차에 불과하지만 회사는 탄탄한 재무성과를 보이고 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 1조5944억원, 영업이익은 691억원, 순이익은 377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이래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곳이다. 다만 지난해 매출액은 2023년(1조9511억원)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순이익 역시 2023년(각각 1545억원, 1194억원)보다 크게 쪼그라들었다.
주가 역시 신통치 않다. 2021년 2월 솔루엠은 공모가 1만70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상장한 지 4년 차인 현재 주가는 1만7010원(4월 18일 종가기준) 수준이다. 상장 당시 공모가와 현재 주가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한때 주가는 3만원을 넘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솔루엠 주가는 1만30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솔루엠은 주가 부양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상장 후 단 한 번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아울러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 또한 진행한 적이 없다. 회사가 돈은 벌어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이다.
공모가 밑도는 주가…소액주주 결집했다
주가부양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솔루엠이 변한 건 올해 초부터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상장 이래 처음으로 주주제안 안건이 올라온 것이다. 솔루엠 소액주주연대는 정기주총 전인 지난 2월 소수주주의 권리강화에 초점을 맞춘 집중투표제 도입, 자기주식 소각 권한 추가,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 전자투표의무화,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자기주식 소각 등의 안건을 제안했다.
솔루엠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지분을 모았고 현재 933명의 주주들이 총 6.7%의 지분을 결집한 상태다.
3월 주총 당시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안건들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다만 주주제안 안건은 통과하지 못했어도 회사 경영진을 긴장시키기엔 충분한 행동이었다. 소액주주연대의 주주제안 이후 솔루엠 이사회는 상장 이래 처음으로 보통주 100만주를 소각하는 자기주식 소각 결정을 의결했다.
대표가 회사주식 웃돈 주고 매입…첫 배당·RCPS도 발행
21일 개최한 비전선포식에는 자사주 소각에 이어 회사의 구체적인 기업가치 부양을 위한 방안들이 나왔다.
먼저 전성호 솔루엠 대표이사가 전격적으로 211억원어치의 자사주를 회사로부터 직접 매입하기로 했다. 전 대표는 4월 중 종가가 가장 높았던 19일(1만7010원) 기준으로 약 5%의 추가 프리미엄을 얹어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따라서 프리미엄을 얹은 전성호 대표의 자사주 매입가격은 실질적으로 1만7750원이다. 전성호 대표는 "시장가로 더 낮은 가격에 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높은 이자를 내고 담보대출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성호 대표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이지만, 전 대표에게 주식을 파는 회사 입장에선 자사주 매각이다. 특히 대표이사에게 매각하는 것이어서 일반적인 자사주 매각과 달리 유통물량 우려 없이 회사의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솔루엠은 배당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순이익의 5%를 배당을 하고 점진적으로 순이익의 20%까지 배당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성호 대표는 "그동안 저희가 투자할 곳이 많아 배당을 하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올해부터 배당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솔루엠은 올해 상반기 내로 1400억원어치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발행하기로 했다. RCPS는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로서 보유한 투자자가 회사에 상환권과 보통주로의 전환권을 모두 요구할 수 있는 종류주식이다. 이를 통해 14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 및 신규 성장동력 발굴에 자금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솔루엠은 "RCPS에 리픽싱(주가하락에 따른 전환가격 조정) 조건을 넣지 않고 발행할 예정이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는 적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RCPS발행은 지분율이 낮은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전성호 대표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솔루엠 지분율은 15.87% 수준이다. 최근 소액주주들이 연대하는 상황에서 해당 지분율은 얼마든지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낮은 지분율이다. RCPS는 추후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므로 솔루엠 최대주주에 우호적인 세력에 RCPS를 발행한다면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성호 대표는 "ESL판매비중이 높아지면서 솔루엠에 적은 지분으로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경영권이 굉장히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번 RCPS발행도 저희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루엠은 주주환원 확대와 함께 사업투자를 늘려 2028년까지 매출액 3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전성호 대표는 "3년내에 매출 3조원, 이익 3000억원을 달성하는 비전 3·3·3을 제시한다"며 "이것은 단순 슬로건이 아니라 차량 파워, 디스플레이, ESL 사업부문을 핵심동력으로 해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투자 역시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에 제2공장을 짓고, 베트남과 멕시코에서 공장을 증설하겠다"며 "아울러 연구개발(R&D) 및 신규·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성호 대표는 "질 좋은 지속 성장하는 글로벌 컴퍼니가 되겠다"며 "중소중견기업이 지속성장해 글로벌 탑 컴퍼니가 되는 사례가 되기 위해 직원들과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