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긴 홈플러스가 역팩토링 방식을 통해 주로 자금을 조달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유사한 공시를 중점심사 회계이슈로 선정했다.
금감원이 23일 2025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대상으로 중점심사할 회계이슈를 사전예고했다. 금감원은 회사·감사인이 재무제표 작성·외부감사 수행 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다음 해에 중점심사할 회계이슈를 매년 6월에 사전 공표한다.
올해 선정한 중점점검 회계이슈는 △투자자 약정 회계처리 △전환사채 발행 및 투자 회계처리 △공급자금융약정 공시 △종속·관계기업 투자주식에 대한 손상처리 등 네 가지다.
금감원은 2024회계연도부터 이 중 공급자금융약정 공시를 중점심사대상으로 꼽아왔다. 공급자금융약정은 홈플러스가 주로 자금을 융통한 루트인 역패토링이 대표적인 사례다.
팩토링은 공급자가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매출채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반면, 역패토링은 채무자가 채권을 이용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받는 식이다. 이는 홈플러스가 자금조달한 방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는 물건을 공급받고 나서 갚아야하는 카드대금을 카드사에 갚지 않고, 채권을 보유한 카드사가 유동화해 증권사에 넘겼다. 증권사는 SPC를 세워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로 발행해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홈플러스는 이런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해왔다. 팩토링과 달리 금융약정에 구매기업의 관여도가 높은 점이 특징이다.
금감원은 유통업(도·소매), 제조업(자동차·반도체·의약품) 회사 중 공급자금융약정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점검 대상으로 선정키로 했으며, 관련 공시를 주석에 충실히 기재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전환사채와 관련해 옵션을 부여한 경우 파생상품 회계처리를 적절히 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최근 불공정거래세력이 상장사의 전환사채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과정에서 회계처리를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환사채 관련 콜·풋옵션 등의 주계약과 분리 여부, 유동·비유동 분류, 주석 공시 등이 중점 심사 대상이다.
예를 들어 전환사채에 포함된 채권자의 풋옵션이 주계약과의 분리요건을 충족한다면, 회사는 이를 별도의 파생상품으로 회계처리해야 한다. 또한 무보증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전환사채 인수자가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회사의 예금이나 주식 등을 담보를 제공했다면 이 사실을 주석에 기재해야 한다.
또한 주주나 채권자가 투자계약을 맺을 때 다양한 약정이 부가되는 경우 기업의 의무가 있다면 금융부채로 분류하고 그 내용을 주석에 충실히 기재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주주나 채권자가 투자 계약에 여러 약정사항을 부가하는 경우가 많으며, 내용이 점점 복잡해지는 추세라 이를 중점심사 이슈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종속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그러면서 인수인이 회사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전환우선주 풋옵션을 부여했다. 이때 풋옵션 행사시 인수인이 회사에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연결재무제표에 전환우선주를 자본이 아닌 금융부채로 표시해야 한다.
실적이 부진한 종속회사나 관계회사에 대해 회수가능액을 합리적으로 산정하는지도 살필 계획이다. 최근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관계사 지분에서 손상차손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금감원은 2025회계연도 재무제표 작성을 완료한 내년 중 이슈별로 심사 대상 회사를 선정하고,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2025년 재무제표 작성 및 외부감사 시 회사 및 감사인이 중점점검회계이슈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효과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