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금융권에도 비상에 걸렸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관세율은 25%. 고율 관세는 대미 수출품 가격을 올려 현지 내 상품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나아가 경영 악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긴급 금융지원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7일 오전 금융권 수장들을 소집해 "자금공급과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게 하라"고 주문했다. 5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금융권은 수조원 자금 공급, 금리 감면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대미 수출액 10% 안팎 하락
지난 3일 미국은 우리나라에 FTA 체결국 중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인 25% 관세율을 책정했다.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 수입품에는 지난달에 먼저 25% 관세를 부과했다.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출기업 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점쳐진다. 판매량이 감소할 경우 수출기업은 물론이고 중소 협력업체까지 줄타격을 입게 된다.
하나은행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대미수출이 이전보다 13% 이상 감소하고, 국내 부가가치 손실 규모는 10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5% 관세 부과 시 대미 수출액이 대기업은 전년 대비 8.42%, 중소기업은 11.61%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은 급한 자동차 산업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자동차는 연간 국내 수출의 35.71%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수입 자동차 25% 관세로 올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 ▷관련기사: 김병환, 금융지주 소집 "미 관세 타격 기업 적시 지원"(2025.04.07)
대미 수출 1위 자동차부터…중소기업 유동성도 확보
금융당국은 자동차 산업에 약 3조원의 긴급 정책금융 지원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나 세부 사항은 이번주 중 확정될 전망이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용보증기금과 손잡고 KB금융은 1500억원, 하나금융은 240억원 자동차 관련업체 지원 방안을 각각 마련했다.

중소기업도 지원한다. 현재까지 금융지주 합산 25조원 수준이다. KB금융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8조원 규모의 금리우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울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총 230억원을 특별출연해 수출업체 금융 지원에도 나선다.
하나금융 계열사 하나은행은 주거래 우대 장기대출과 금리우대 대출 등에 6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원금상환 기한연장이나 분활상환 유예도 병행한다. 신한금융은 10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NH농협은행은 1929억원 금융지원을 시작했다. 우리금융도 상호관세 충격이 큰 수출입기업부터 최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자금 융통에 애를 먹고 있는 기업 중심으로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 집행에 나선다. 통상전쟁에 대비해 추진 중인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에도 속도를 낸다. 기금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 로봇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