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약 6년간 보유한 카카오 주식 전량을 4000억원가량에 팔았다. 카카오와 SK텔레콤은 2019년에 약 3000억원 규모 지분을 교환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양사는 이같은 혈맹 관계가 깨진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특히 카카오는 4000억원 규모로 보유한 SK텔레콤과 SK스퀘어 지분을 계속 보유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4133억원 규모 카카오 지분 전량을 25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SK텔레콤은 이번에 지분을 모두 파는 목적에 대해 "미래 성장투자 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으로 확보되는 현금은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지분 취득에 쓰일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은 태광그룹·미래에셋그룹이 각각 16.75%, 8.01%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 전량 24.8%를 1조1500억원(주당 1만1511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태광과 미래에셋은 SK텔레콤이 2020년에 티브로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 주주로 참여했다. 당시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며 이들을 확보했으나, 다른 방식의 엑시트(투자비 회수)를 제안한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 지분을 기존 74.4%에서 99.1%로 확대하고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SK텔레콤은 이런 시너지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신사업 확장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6년 가까이 이어진 SK텔레콤-카카오의 전략적 제휴 관계가 계속될지 관심이다. 앞서 2019년 SK텔레콤은 카카오가 발행하는 신주 약 3000억원 (지분율 2.4%)규모를 인수하고, 카카오는 해당 규모 수준으로 SK텔레콤의 자기주식 1.6%을 취득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왔다.
당시 SK텔레콤은 "카카오와 통신·커머스·디지털 콘텐츠·미래 ICT(정보통신기술) 등 4대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지분 매각에 따라 양사 관계는 기존보단 느슨해질 것이란 지적이 가능하다.
현재 카카오는 투자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SK텔레콤 지분 2123억원, SK스퀘어 지분 1972억원 등으로 나눠 보유하고 있다. 2021년에 SK텔레콤에서 SK스퀘어가 인적분할되면서다.
카카오 관계자는 그러나 "SK텔레콤과 SK스퀘어 지분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와 SK텔레콤은 2021년부터 각각 100억원 규모를 보유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를 함께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양사의 관계는 여전히 이어졌다는 설명도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에 카카오의 다양한 상품이 들어와있는데 이같은 사업 협력뿐 아니라 양사가 운영하는 ESG 펀드도 그대로 운영되는 등 카카오와의 전략적 관계는 계속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