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매각설이 불거졌지만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엔터는 공격적인 M&A(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불렸지만, 사들인 종속기업들이 '몸값'을 못하면서 지난해 2600억 규모 순손실을 냈다.
'제값' 못하네…발목잡은 영업권 손상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영업권 손상차손은 약 1889억원에 달한다. 전체 무형자산손상차손 2173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업권은 기업을 인수하면서 실제 자산가치보다 더 얹어준 일종의 '웃돈'이다. 피인수기업의 현금창출력이 약해져 '제값'을 못하는 경우, 다시말해 지나치게 비싸게 사들였다고 판단한다면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한다. 영업외손실로 분류되기 때문에 회계상으로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카카오엔터의 영업권 손상차손은 2021년 2566억원, 2022년 6677억원, 2023년 9245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최대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에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에서만 4598억원에 달하는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멜론은 2314억원, 에스엠엔터테인먼트도 약 1449억원의 손상차손을 냈다.
올해는 현금창출단위로 살폈을 때 음악유통에서만 667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인수한 웹소설 기획·제작사 케이더블유북스에서 304억원, 그룹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로 유명해진 광고·영화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역시 171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을 냈다.
고가 인수 논란이 불거졌던 '바람픽쳐스' 역시 124억원의 영업권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가수 아이유가 소속된 이담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251억원에 이어 올해도 120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아이앤아이소프트(59억원), 영화사 월광(56억원), 사나이픽처스(45억원) 등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신세계' 제작사, 아이브 소속사도 카카오 산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성장전략은 M&A였다. 미국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레디시를 인수해 '타파스엔터테인먼트로 합병했다. '신세계'를 만든 사나이픽쳐스와 '군도: 민란의 시대'로 알려진 영화사 월광, 글앤그림미디어와 바람픽쳐스를 비롯한 드라마 제작사도 사들였다.
내로라 할 매니지먼트들도 카카오엔터 산하로 편입됐다. 걸그룹 아이브로 유명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유재석과 유희열이 소속된 안테나, 이병헌이 소속된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레이블을 두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까지 인수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공격적인 행보를 두고 숙원사업인 카카오엔터 IPO(기업공개)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카카오는 2019년부터 주관사를 선정해 카카오엔터 상장을 추진했지만 카카오 그룹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쪼개기 상장 논란 등으로 인해 미뤄졌다.
QWER 소속사도 매각…자회사 정리 계속
카카오엔터는 실적이 나지 않는 자회사를 꾸준히 정리하는 추세다. 종속기업은 지난 2021년 61개사에서 2022년 53개사, 2023년 47개사, 지난해 42개사로 점차 줄었다. 지난해에도 드라마 제작사 크래들스튜디오, 크로스픽쳐스와 그 해외법인, 카카오 IX의 중국법인 등을 처분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웹툰·웹소설 제작사인 넥스트레벨스튜디오를 매각했다. 가수 정은지 등이 소속된 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는 비욘드뮤직에 267억원에 넘겼다. 또한 QWER(큐더블유이알)이 소속된 쓰리와이코퍼레이션의 지분 약 50%를 노바엔터에 88억원에 정리했고, 잔여 지분은 연내 추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태국 소재 카카오엔터 아시아법인과 스튜디오피닉스, 스튜디오오렌지, 크로스코믹스 인도법인은 청산을 진행 중이다.
최근 카카오엔터 매각설이 나오면서 앞으로 추가로 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매각 시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적자가 나는 자회사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파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기수·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는 이날 내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매각설 진정에 나섰다. IT(정보기술)업계에 따르면 두 공동대표는 "카카오가 재무적 투자자(FI) 교체와 지분 변동을 논의 중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